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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원산지표시 요령의 재행정예고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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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구자춘
한국임업신문 기고 | 2016년 1월 1일
구 자 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12월 11일,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 요령 일부개정(안)이 재행정예고되었다. 이는 “국내에서 수입산 톱밥배지로 생산한 표고의 원산지를 수입국가로 한다”는 2월 17일 자 행정예고를 번복한 것이다. 즉, 국내에서 수입산 톱밥배지로 생산한 표고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진통 끝에 내린 결정이라 들었다. 공청회가 열리지 못할 정도로 심한 마찰도 있었다. 이미 중국산 톱밥배지가 국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그나마 원산지 옆에 ‘종균 접종 후 균사 배양국’을 별도 표시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했다고 판단된다.
 

뜨거운 원산지 표기 논쟁 시점에 즈음하여, 국내 표고 생산 및 수입 현황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표고’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5조(농림업관측 및 수산업관측 등)에 해당하는 품목으로, 필자가 몸담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전담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표고 관측 결과를 종합해 보면, 중국에서 건너온 생표고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는다. 셈법은 이렇다. 2014년에 중국에서 수입된 톱밥배지의 양은 약 2만5천 톤이다. 톱밥배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표고의 양을 톱밥배지 무게의 30% 수준이므로, 총 생산량은 7천5백 톤이다. 2014년 기준 「임업통계연보」에 따른 생표고 생산량은 1만8천4백 톤이므로, 국내 생산 생표고의 41%가 중국산 톱밥배지로 생산된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생표고로 수입되는 8천5백 톤을 더하면, 시장 반입량의 60%가 중국에서 온 셈이 된다.
 

특히, 최근 중국산 생표고와 톱밥배지의 수입은 눈에 띄게 늘었다. 2014년 기준 중국산 생표고 수입량은 2005년보다 21배가 늘었으며, 톱밥배지 수입량도 2010년에 비해 3배가 늘었다. 올해 톱밥배지 수입량은 10월에 이미 작년 총 수입량을 넘어섰다. 지난 11월, 필자는 1년에 5백~6백만 톤의 톱밥배지를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중국의 한 생산업체를 방문했다. 쉴 새 없이 찍어내는 톱밥배지 자동화 공정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상의 사실만을 놓고 봤을 때, 중국산의 국내 표고 시장 잠식은 시간문제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재행정예고대로 확정된다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일부 중앙자문위원과 필자가 만난 전문가들은 앞으로 3년이 국내산 표고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 즉 ‘골든타임’이라는 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밀 듯 들어오는 중국산 표고의 파도를 넘어 국산 표고가 살아남을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국산 톱밥배지를 임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2015년 현재, 국내 톱밥배지 생산량은 2천 5백만 봉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약 70여 임가만이 톱밥배지를 자가 생산하고 있다. 타 임가에 톱밥배지를 공급하는 임가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산림조합중앙회가 1년에 생산하는 톱밥배지의 양은 약 2백20만 봉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산 톱밥배지 수입 급증은 당연한 결과라 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지자체에 표고배지센터 조성을 지원하고 있으나, 엄청나게 들어오는 중국산 톱밥배지 규모를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표고배지 생산을 위한 정부의 보다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위치와 규모 등 전국 톱밥배지 생산 현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재배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 2015년 가락시장의 가격동향을 보면, 유독 중․하품의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이는 신규 임가는 물론 기존 임가의 재배 기술 부족으로 품질이 낮은 표고를 쏟아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재배방식이 표고목 재배에서 톱밥배지 재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 귀농․귀산촌 인구가 재배 희망 품목으로 표고를 선호한다는 점, 톱밥배지 관리에 따라 수확할 수 있는 표고의 횟수, 양, 질이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규 임가에 대한 기술 지원은 매우 시급하다.
 

셋째, 양질의 종균이 개발․보급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종균 중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품종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 이들은 10월에서 12월까지, 5월에서 10월까지 생산 가능한 품종으로, 겨울과 여름 생산에 한계가 있다. 올해 여름에도 생산 가능한 종균, ‘산마루 2호’의 개발 소식이 들려왔으나, 실제 임가에 보급되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최근, 우수한 국산 표고 종균을 개발하여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골든시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수출을 위한 표고 종균 개발보다는 오히려 국내 생산을 위한 표고 종균 개발에 힘써야 할 때가 아닐까?
 

이번 재행정예고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나, 국내 표고 산업이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것, 국내 표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손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해결책을 실현하기 위한 표고 임가, 지자체, 관계 기관의 긴밀한 협업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쳐, 국내 표고 시장이 중국산 표고에 완전히 잠식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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