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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 한 포기 김장 더 담기 캠페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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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한 가정 한 포기 김장 더 담기” 캠페인 제안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쌀이 국민의 주식으로 가장 귀중한 식량이라면, 김치는 대대로 서민의 식탁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부식이자, 한국하면 떠올리는 세계적 먹거리이다. 해마다 이맘때 소비자들은 김장배추·무의 출하 상황이나 가격에 관심이 높아지고, 가격이 비쌀 때는 으레 ‘올해는 김치가 아니라 금치다’라는 말을 듣는다.


김치가 지니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둘러싼 현재의 여건은 그다지 밝지 않다. 김치 수출량은 매년 감소 추세로 2004년 3만 5천여 톤에서 2005년 3만 2천여 톤으로 줄었고, 금년에도 10월까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어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반해 김치 수입량은 크게 증가해 ’04년 7만 3천여 톤에서 ’05년 11만 1천여 톤으로 급증하였고, 올 9월에는 이미 전년도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은 물량이 수입되었다. 이런 무역역조로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김장배추·무 재배상황은 어떤가? ’04년 김장배추·무 가격이 폭락하자 다음해인 ’05년에는 재배면적이 20% 이상 감소하였고, 이로 인해 ’05년도 김장철 배추·무 가격은 2배 이상 치솟았다. 더욱이 월동배추·무 재배면적도 감소하여 금년 봄까지 가격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이 때문에 금년 고랭지배추·무 재배면적이 늘었으며, 김장배추·무 재배면적도 크게 증가해 7월부터 가격은 약세로 반전되었다. 결국 가격이 하락→상승→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상당기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7월 중순 강원지역의 집중호우로 배추·무를 비롯한 고랭지 채소가 유실·매몰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고,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여름철 배추·무 가격은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상승했다. 이렇게 되자 각종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끊이질 않았는데, 하나같이 배추·무 가격 폭등과 물가 상승에 초점을 맞추는 내용뿐이었다. 이것은 한두 달 뒤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한 김장배추·무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10월부터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며, 11월초에는 배추 도매가격(상품)이 10kg당 2,000원, 무가 18kg당 5,000원 미만으로 거래되는 등 작년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이에 따라 금년 4인 가족 김장비용도 13만 8천여 원으로 추정되어 작년보다 9% 정도 낮아질 것으로 농림부는 전망했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농림부는 11월 8일부터 2,400ha 규모(배추 2,000ha, 무 400ha)의 산지폐기까지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 채소 가격 폭등으로 물가상승을 우려했던 그 매체들은 끊임없이 추락하는 가격 앞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 하다.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지금쯤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취재하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연구원이 발간하는 관측월보 등을 통해 재배면적 증가가 예상된다는 메시지를 전했음에도 면적 확대를 꾀한 농가에게 일부 책임도 있다. 그렇지만, 대체작목 개발이 미흡할 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접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농가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재배농가는 가격 하락, 수입산 김치 급증, 사회적 무관심, 소비 감소(배추 1인 1당 공급량 1990년 128g, 2004년 103g) 등 삼,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상생과 공생”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김장, 한 가정 한 포기 더 담기” 운동이라도 전개해 시름에 처한 농가에 힘이 되었으면 한다. 각계의 노력으로 작금의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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