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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를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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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7년 8월 9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고속도로와 지방도로에 있는 휴게소를 여러군데 들렀다. 대부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휴게소에 들러 차에 연료를 넣든가 때가 되어 끼니를 때운다든가 아니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휴게소 어느 구석에 붙어있는 특산물 판매장은 한 군데도 들르지 않았다. 발걸음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다.

 

일, 특산물 판매 요지 자리매김

 

반면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일본에서는 지방도로를 다니면서 도로휴게소에 들러 휴게소의 한가운데 위치한 특산물 판매장에서 기념품으로 지역 특산품도 사고 휴게소 뒤쪽에 자리잡고 있는 식당에서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그 지역 특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시장개방에 대응하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 농산가공품, 지역민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 등 특산물의 판로 확대와 소득증대를 위해 국토교통성에서 국도변 경치가 좋은 곳에 도로휴게소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에서 특산품 판매장, 식당, 정보코너 등 휴게시설을 정비하여 지역의 생산자조직이나 주민조직, 제3섹터 등에 위탁경영하는 농산물 직판매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여 호응을 얻고 있다.

농산물의 경우 생산농민이 스스로 가격을 정하면 판매장에서 가격표를 붙혀 진열 판매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공제한 후 농민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도매시장에 출하하기 어려운 등외품 농산물이나 친환경재배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령농, 여성농, 취미농 등 생산자에게 인기가 높고 농촌지역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산품 매장 ‘생색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10년 전 쯤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파머스마켓, 일본의 천공(天空) 시장이나 조시(朝市) 같은 농민시장을 육성한다고 요란을 떨었고 도로 휴게소에 직판장을 만들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한다고 일순 떠들썩했지만 농민시장은 여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직판장을 휴게소와 동떨어진 주유소 근처에 만들어 사람들이 거의 찾지도 않는 위치에 두었으니 장사가 될 리 만무하다. 도로공사에서 휴게소는 장사가 되는 식당과 편의점만 두고 특산품 매장은 사람들이 찾지도 않는 곳에 생색만 내는 식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고속도로나 국도 휴게소 중간에 특산품 판매장을 두면 매상이 오르지 말란 법은 없다. 오히려 여행객들에게 눈요기도 제공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특산품을 판매하게 된다. 특산품 판매장은 지역의 생산자 뿐 아니라 휴게소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상생의 장이 될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운영해야

 

우선 뜻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의 국도나 지방도로 휴게소를 바꾸어보자. 휴게소 중심에 지역특산물 판매장을 배치하고 식당, 화장실 등을 주변에 배치해 보자. 지역의 소비자들도 지역 농특산물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좋고, 여행객들은 볼거리와 지역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눈에 띄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도로휴게소는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의 장으로, 지역활성화의 매개체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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