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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공모제 보완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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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시현
농민신문 기고| 2007-10-24
박 시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참여정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앙정부와 지방 간의 관계 변화를 모색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 부처가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사업 공모제도 그중의 하나다.

 

사업 공모제란 공개 경쟁을 통해서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사업비는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지만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사업추진 방법은 지역에 일임하겠다는 취지다. 공모제 사업의 예산 규모가 클수록 지역이 발휘할 수 있는 재량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신활력사업, 소도읍육성사업,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굵직한 공모제 사업이 지역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 공모제 실시 이후, 지자체는 종래의 방식인 중앙부처가 내려보낸 예산과 사업 추진지침대로 사업을 추진했던 소극적 자세에서 탈피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공모제를 통해 지자체의 능력이 종합적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가 공표되기 때문이다. 사업 공모제가 지자체들의 성적표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사업 공모제 실시 이후 지역 주민과 외부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모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지역 주민들은 외부 전문가들과의 관계를 좋게 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국적인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사업 공모제의 실시로 중앙정부 부처에도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게 됨으로써 정책 집행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공모사업의 심사·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하게 돼 지역의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모제가 본래의 취지를 살려 나가려면 아직도 보완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경계해야 할 것은 공모제가 지자체장의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공모제를 지자체장의 능력 과시용이나 선거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 내용이 어떠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선정만 되면 된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평가가 공정치 못해 공모제로 인해 오히려 중앙정부의 입김이 세졌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공모제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잘 짜여진 계획은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토대가 되지만 잘못 수립된 계획은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킨다. 지금의 사업 공모제는 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보통 3~4개월이 주어지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사업 내용과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안된 상태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몇개의 아이템을 짜맞추어 몇십억원을 사용하는 계획서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계획에서 사업의 타당성 분석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타당성 분석이 제대로 안된 사업은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방안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행정체계에서 사업 공모제는 지역의 일을 지역 사람들이 결정하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아무쪼록 부작용을 줄여 좋은 제도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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