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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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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수축산신문 기고| 2008년 1월 14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국제 곡물가 급등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생산이 줄어들어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했다면 먹는 것을 일시적으로 참고 다음해 생산을 늘리면 해소된다.하지만 이번  급등은 소비 쪽에서 기존의 식용소비와 사료용 소비가 늘어난 데다 바이오연료용 소비가 새롭게, 그것도 강력히 늘어나 ‘식용 대 사료용’의 양대 경쟁구도에서 ‘연료용’이 추가된 3각 경쟁구도로 변해 곡물파동이 걱정될 정도로 재고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곡물 재고율이 1990년대 후반만해도 4개월치에 가까운 30%나 되었는데 그 후 계속 줄어들어 2개월치도 안되는 15%까지 떨어졌다. 구조적으로 줄이기 힘든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생산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빠져들어 가격 급등이 수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곡물을 원료로 하는 축산물, 제과, 제빵, 면류, 두부 등 소비자들의 먹을거리 값이 뛰는 상황이 오래갈 수밖에 없어 물가 수준을 한단계 올리는 ‘애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 곡물은 모두 선박운송되는데 중국, 인도 같은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운송량이 급증하고 FTA 체결 확산으로 국제적 물동량이 근래에 크게 늘어나 해상운송비용이 급등했다. 선물시장에서 구매한 가격도 비싸졌는데 내 집으로 옮기는 비용도 만만찮게 상승해 식품업계나 사료업계에서 원료곡물 구매비용이 몇 곱절씩 올라갔다.

 

농림부에서 지난해 11월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대책반을 만들고 심포지엄도 개최해 방안을 찾아내 새정부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도 보고한 것으로 안다. 우선 대응이 좋고 다행이나 향후 사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대응강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선 사료업계, 축산업계, 식품업계, 선물거래업계, 학계 등 관계 전문가들로 특별대책위원회라도 만들어 당장 일어나는 가격급등에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10년을 내다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곡물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에서 비축기지를 만들어 완충비축재고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민간에서 선물시장을 이용해 곡물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생각해야 한다. 국내에서 사람이 떠난 농촌지역에 폐경, 휴경지를 이용해 조사료포나 사료곡물 기계화 재배를 늘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곡물에 관한 한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남미, 러시아, 동남아 등 저비용 생산이 가능한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하거나 임대하여 곡물농사를 지어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곡물비상조달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어차피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우리나라 소유로 곡물을 확보해 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동안은 민간에 맡겨 시행착오를 겪고 잘 몰라서 손해보고 내쫓기기도 한 사례가 많아 선뜻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 외교통상, 곡물재배 등 전문가들을 확보해 민간이 가서 농사를 짓되 정부가 적극 도와주는 그런 체제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이 남미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해 온 해외개발수입방식을 조속히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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