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8년 3월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서 농산물 가격의 현저한 상승이 주된 원인이 되어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도매가격)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품가격이 상승하고 곡물 및 곡물제품을 원재료로 하는 요식업, 가공업, 공업 등 관련부문에도 파급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곡물을 주원료로 한 배합사료 가격이 상승하여 축산물 생산비용이 높아져 축산농가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육류, 달걀, 유제품 등 축산제품의 가격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 장기화 예상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은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희소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은 늘어나지만 수요가 그 이상 증가해 발생하는 ‘풍요’의 문제에서 기인한 식품가격 급등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제곡물값이 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곡물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한 데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구온난화, 지구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친환경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가 2000년대에 급격히 증가하여 과거에 없던 새로운 수요가 추가되었다. 과거의 곡물 공급량은 식용과 사료용 수요로 나뉘는 양대 경쟁구조였는데, 이제는 연료용이 추가되어 3각 경쟁구조가 되었다.

식용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인구 대국이면서 신흥공업국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인도와 같은 국가들의 식용 밀과 콩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또한 개도국들의 육류소비가 증가해서 사료용 소비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식용과 사료용이 늘어나는 데다 연료용까지 가세하다 보니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재고율이 계속 떨어져 7년전 30%대에서 올해 14.9%까지 떨어졌다.

1985년 이후 생산증가율이 소비증가율에 못 미치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호주, 남미, 중국, 구러시아연방 지역과 같은 주생산지역 가운데 한 곳에라도 한발, 병충해, 폭우와 같은 기상이변이 발생하여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면 전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운영 필요

미국 등에서 금리인하로 글로벌 유동성(헤지펀드, 국부펀드)이 곡물, 원자재 등 상품투자로 몰리고, 곡물가 급등에 자극받은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올리거나 수출량 자체를 줄이는 등 곡물수출을 억제하고 있어 국제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소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곡물 생산이 늘어나고 소비를 억제하여 곡물재고 감소 추세가 꺾이거나 곡물에 대한 투기적 수요와 수출규제가 완화된다면 가격급등 추세는 다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대응과 조정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 대책으로 우선 만일의 식량위기사태에 대비하여 일정량의 곡물을 식량안보용으로 추가 확보하여 비축할 필요가 있다. 식량안보용 비축량 확보에 따른 추가비용은 정부에서 부담하면 된다. 중장기적으로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국제곡물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인 식량 수급과 가격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중장기 대책으로 해외에서 농경지를 확보하여 만일을 대비해 안전하게 수입할 수 있는 해외농업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제식량개발 차원에서 개발대상국들에 대해 농업개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호혜적인 계획’(win-win 전략)을 추진하되, 해당국들과 개발협력협약을 체결하여 비상시에도 수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축산농가의 생산을 지속하려면 일정 부분 사료비 보조가 필요하다. 또한 단기적인 대응을 위해 한계지, 이모작 농지를 활용한 조사료포 조성으로 사료곡물을 일부 대체할 사료를 개발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축산농가와 도축가공업체 간에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여 사료공급과정에서 중간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애그플레이션 해결 위해 국제 협력 필요

식료품가격 상승에 대응해 단기적인 대책으로 가격상승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와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푸드스템프 등 소득보조대책을 실시하여 기존과 같이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또다른 대책으로 곡물을 원재료로 이용하여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가공업체를 보조함으로써 곡물가격 상승이 식료품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은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따라서 UN 등 국제기구 차원에서 세계적인 곡물 생산 증대, 바이오연료용 곡물 사용에 대한 조정, 수입의존도가 높은 후진국과 개도국에 대한 식량원조, 곡물 수출규제나 비축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