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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의 위기를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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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시론| 2008년 04월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요즈음 각 신문과 방송에는 축산 관련 기사로 가득하다. 사료곡물 가격 상승에 이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 축산업 관련 사태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에 닥친 연이은 위기상황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말부터이다. 여기에 원유가격의 상승도 한 몫을 하여 사료곡물의 해상운임도 상승하고 있고, 이에 따라 배합사료 가격이 이전보다 40% 이상 상승하였다. 사료가격 상승은 제일 먼저 양돈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사료가격 상승과 더불어 돼지가격 하락으로 지난해와 올해 초 양돈 농가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었고, 이로 인해서 폐업 농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4월 3일 전북 김제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4월 29일 현재 확인된 것만 20건에 이른다. 닭과 오리, 메추라기가 직격탄을 맞아 양계농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과거 두 차례의 경험에 비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높은 기온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4월 18일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재개가 합의되면서, 우리 축산업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한우가격 하락과 함께 돼지가격도 하락하여 축산농가의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축산업의 입장에서 보면, 사료비는 상승하고 내·외부 모두 문제가 발생하여 판매가격은 떨어지는 사면초가의 악재가 발생해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란 위험과 기회의 약자라고 한다. 이번 사태를 축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우고기를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에는 안전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올 1월 연구원 조사 결과, 소비자의 85%가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하였다. 소비자 지불의향 금액 조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호주산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호주산 : 미국산의 비율이 1.1 : 1로 나타났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미국산이 들어오더라도 기존의 호주산을 대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급·차별화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

 

이에 반해 한우고기를 비롯한 우리 축산물은 안전성 및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입고기와 차별되어 있고 차별화를 위해 업계에서 노력하고 있다. 축산업이 앞으로 이 같이 시장 차별화를 유지·확대해 나간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가 우리 축산물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과정 투명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품질의 고급화와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면 경쟁력을 확보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우산업에서는 품질 고급화로 이름난 횡성한우, 대관령한우, 개군한우, 강진맥우, 순한한우 등 생산자 조직에 의한 성공 사례가 많다. 최근에는 정읍 산외면 한우마을, 예천 참우마을, 영월 다하누촌, 양평 한우가와 같은 유통업자 또는 생산자가 직접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효과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여 비용을 절약한 중저가 한우브랜드들도 성공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양돈산업도 부경양돈, 도드람 등 생산자를 중심으로한 계열화 성공사례가 있고, 낙농산업도 국내 최고의 유업체인 서울우유조합이 있다. 이외에도 돼지고기에 마블링 개념을 도입한 (주)선진과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닭고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주)하림 등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성공사례 벤치마킹해 경쟁력 키워야

 

꿈을 현실화하려면 우선 현재 생산비의 35~65%를 차지하는 사료비를 절감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사료곡물의 안정적인 확보, 국내 사료작물의 적극적인 재배 유도, 사료가격 안정제도 구축, 허드레 사료 방지 노력 등 사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생산부문에서는 노후된 축사시설의 현대화 및 효과적인 축산컨설팅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 농가에서 종합적인 경영진단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 경영, 방역, 수의 등 전문분야별로 컨설팅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축산농가가 경영상황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일괄서비스 컨설팅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통부문에서는 현재 40%에 이르는 유통마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축산물 전부를 고급 축산물로 비싸게 팔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산부문에서 비용을 절약하고, 유통부문에서도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수입 축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

 

이번 일련의 사태들을 계기로 우리나라 축산업이 한 단계 발전한다면, 앞으로 수입축산물과의 가격경쟁, 품질경쟁에서 당당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축산농가, 유통업자 그리고 관련자들이 합심하는 모습을 보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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