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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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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준비 뒤 짧은 행사, 제12회 세계농촌사회학대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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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장
KREI 논단| 2008년 8월 7일
허 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06년 11월, 안식년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한 제12회 세계농촌사회학대회의 준비,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나고 이제 대회를 마치고 마무리 하면서, 그간 느낀 여러가지 점들 가운데 몇 가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번 대회는 우리 연구원이 주최한 각종 국제 행사 가운데 외국인 참가자 수와 참가국가 수, 준비기간, 그리고 사용한 예산 규모 등의 면에서 가장 큰 행사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48개 국에서 411명이 등록하였고, 모두 82개 세션에서 발표된 논문은 237개에 달하였다. 2004년 제11회 노르웨이 대회에서 한국농촌사회학회와 우리 연구원이 공동으로 대회를 유치하기로 결정한 뒤 양 기관과 세계농촌사회학회 사이에 MOU가 체결되고 조직위원회와 프로그램위원회 등 관련 추진기구가 만들어졌고, 대회장소 물색과 선정을 거치면서 일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원의 가장 큰 국제행사를 큰 무리 없이 치렀다는 점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하겠다. 7월 6일부터 엿새 동안 일본,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다가 무사히 귀환하였다. 세계농촌사회학회장인 미국의 샘 휴스턴 대학의 알레산드로 보나노 교수는 대회 조직과 운영이 훌륭하게 이루어졌음을 치하하고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72%가  대회운영에 만족한다고 응답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냉정하게 비판적 평가를 할 필요도 있다. 첫째는 준비기간과 예산규모에 비하여 참가자 수가 저조하였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학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지역학회에 비하여 열기가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차별 없이 일률적으로 설정한 등록비의 부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세계농촌사회학회는 미국, 유럽,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지역별 농촌사회학회의 연합체이긴 하지만, 미국이 매년, 그리고 유럽이 2년에 한 번씩 지역 대회를 열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에 비하여 여타 지역은 국내 소규모 학회활동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 회장 역시 호주(11회), 미국(12회), 노르웨이(13회) 등 영미권에서 계속 배출되고 있다.

 

등록비 부담이 컸다는 것은 서남아시아 등 개도국이나 후진국 지역을 중심으로 참가자 지원금에 대한 문의와 요청이 매우 많았다는 점, 특히 발표신청을 하였지만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자 참가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에서도 당초 별도의 세션 구성을 요청할 만큼 관심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5명 밖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마찬가지로 소속기관 등 외부 지원금이 있어야 외국행사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더불어, 올림픽과 각종 국내 재난이 이들의 참여를 더욱 주저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50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참여하여 대조를 보였다. 후진국 학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예산상 많은 인원을 지원할 수 없기에 참가유인책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국가의 경제발전 수준에 따른 등록비용 차등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또 하나는 외부의 관심 부족이다. 일부 언론이 행사 전후로 이를 보도하였고, 농식품 안전성 및 대안농업 등과 관련,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특집 프로그램을 위하여 몇몇 행사 참가자들과 인터뷰를 하였지만, 다양한 발표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우리나라 농업, 농촌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특별포럼에는 국내 학자와 농민단체, 유관기관 등에서 많은 참여가 있었는데 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도 잘 이루어지지 않아 발표나 토론 내용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 국내 현안으로 인한 관심 분산, 그리고 대회 개회식 날 발표된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지명 등 외부요인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울러 일부 대회 조직위원을 제외하고는 농촌사회학회 회원들이 대회 준비를 조직위원회의 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대회가 대학의 방학 기간에 열렸다는 점도 국내학자들의 관심과 참여도 제고를 제한한 요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대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추진조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농촌사회학회의 전통에 따라 대회 조직위원회는 회의장 계약, 개회식과 만찬 등 행사 추진, 참가자 등록, 현장견학 실시 등을 담당하고 대회 프로그램위원회는 워킹그룹 구성, 발표문 초록 접수, 날짜별 세션 배정 등 학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조직위원회가 사무국을 구성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프로그램위원회는 기조연설자 선정은 일본에 있는 위원장, 나머지 세션구성 등 프로그램은 미국에 있는 부위원장이 담당하면서 업무가 나뉘고,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인력부족으로 발표자 정보 오류 및 일부 발표신청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또, 세계농촌사회학회 측의 주장에 따라 발표 초록문은 세계농촌사회학회의 홈페이지로, 등록은 대회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로 하도록 이원화되어 참가자들의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조직위가 초록문을 제출한 참가 희망자 목록을 적기에 알 수 없어 이들의 실제 등록 여부 확인 및 미등록자에 대한 등록 독려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 점은 대회기간 중에 열린 세계농촌사회학회 이사회에서 조직위원회가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이사들이 인정함으로써 차기 대회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 참가자들이 지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세션별로 참가인원이 적어 세션이 취소되거나 파행으로 운영된 경우이다. 이는 발표자가 초록문을 제출하고 참가의사를 밝힘에 따라 프로그램위원회가 세션을 구성되고 조직위원회가 회의장을 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 아무런 사전통고 없이 참가하지 않은 경우로 인해 빚어진 결과이다. 프로그램위원회는 이들이 발표와 참가를 취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조직위에서는 사전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의 등록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하여 구성한 세션과 회의장을 사전에 취소, 축소하거나 다른 세션과 병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부 세션에서는 워킹그룹을 조직한 당사자가 불참한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불참(no show)”으로 인해 일부 참가자들이 당일에 가서야 다른 세션에 배정받거나, 진행자가 없어 다른 참가자가 급히 진행을 맡게 되기도 하였다. 조직위의 입장에서는 계약한 방을 놀리는 경우도 생겼다.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은 일부 저개발국 출신 신청자들 사이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였는데, 앞으로 최소한 발표 희망자는 사전등록을 전제로 하여 승인한다든가 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가령 내외 귀빈 참석 변동에 따른 좌석 배치 변경이나 회의장 재배치 등 현장에서 시급히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발생한다. 모든 것을 사전에 예측하여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 점과 관련해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전체 대회를 평가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으므로, 현장 결정은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심적 부담으로 고민도 많이 하였지만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기에, 혹시 비슷한 행사를 기획하는 분이 계시면 언제든지 작은 조언이라도 나누어 드리고자 한다. 이번 대회에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원장님 이하 연구원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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