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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경제권’ 개발에 대응한 기초생활권 발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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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KREI 논단| 2008년 8월 22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새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은 지난 7월 21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발표를 통해 구체화된 세 가지 틀을 기초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틀은 우선, 국토의 “ㅁ”자를 구성하는 4개 벨트를 중심으로 하는 초광역권 개발이다.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과 휴전선 접경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둘째, 전국 16개 시도를 5+2의 7개 권역으로 묶어 개발하는 광역경제권 개발이다. 셋째, 광역경제권의 거점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을 포괄하는 소위 기초생활권 개발이다. 특히 기초생활권은 일반시, 도농통합시, 군 지역을 포함한 162개 지자체로 설정되어 있으며, 국토 어디에 살든 기본적인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비전으로서 강조되고 있다.

 

기초생활권 발전의 의의

 

광역경제권의 기본 아이디어는 공간적 통합을 이루는 것에서 출발한다. 교통통신의 발달에 따라 주민들의 일상생활 범역이 행정구역 범위를 넘어서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단의 지역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거점 도시와 배후 농촌지역과의 기능적 연계를 효과적으로 이루는 도농통합적이고 광역적인 개발이 그 요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의 농촌 시·군은 거점 도시와의 광역적 기능 연계나 공간적 통합을 대등한 입장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간의 경험이 웅변하듯 도시 근교에 위치한 농촌은 인구나 산업 측면에서 도시의 발전을 누수 받는 편익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농촌은 오히려 인구와 자본의 도시 유출로 지역사회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광역경제권 개발은 농촌지역에는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 발전의 기회 요인이자 상대적 낙후의 심화와 소외의 강화라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동시에 상존한다. 도농통합적 공동 발전이 농촌지역에 투자를 증가시키거나 고용기회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히려 거점 도시로의 인구 유출, 지역상권의 쇠퇴 등으로 농촌지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때문에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광역경제권 개발에 앞서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 기초생활권 발전 전략이다. 도시 편에서 농촌의 발전 동력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대등한 차원에서 상호간의 강점을 결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공간적 통합을 이루려면 거점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농촌 시·군, 즉, 기초생활권이 기본적인 발전 토대를 먼저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광역경제권을 근간으로 하는 국토발전은 기초생활권의 발전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생활권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발전 전략의 기초

 

그간에도 기초생활권의 발전을 위한 많은 정책들이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굳이 다시 기초생활권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반복되는 문제점 지적과 개선을 위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특히 각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중앙정부가 내려준 단위사업을 중심으로 ‘예산따오기’ 경쟁에만 치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초생활권 발전을 위해서 우선, 단위사업 접근이 아닌 포괄적 재정 지원을 통해 지자체가 각기 여건과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 기초생활권 단위에 투입되는 중앙정부의 부처별 단위사업을 그 목적과 내용에 따라 유형화하여 단위사업의 수를 대폭 축소하고 ‘정책군’에 따라 기초생활권별로 유연하게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예산을 배정토록 변경할 수 있다. 단, 급작스런 변화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로 정책군의 수를 축소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포괄적 예산 배정에 의해 기초생활권별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구속력 있는 지역개발계획제도가 동시에 도입되어야 한다. 기초생활권이 해당 지역 발전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적합한 사업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스스로 집행,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의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책임성도 강화되어야 한다. 기초생활권의 정책 기획과 추진에 대하여 철저한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상호 정보를 공유함과 동시에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여함으로써 성과를 확산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권이 중심이 된 정책 기획과 집행, 모니터링과 평가, 인센티브와 패널티 체계라고 하는 간결한 정책 구조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의 내용도 과감하게 전환되어야 한다. 모든 기초생활권이 중앙정부가 내려준 지침에 의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도농통합적 기초생활권은 도시의 편익을 최대한 활용하되 해당 지역의 특화된 자원과 특성을 활용한 발전 전략에 재원과 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면 도시와 상대적으로 통합의 수준이 낮은 기초생활권은 주민들의 기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체 중심지와 배후 마을을 통합하여 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민의 기본  수요 이외에도 지역 고유 자원을 발굴, 보전, 활용하는 것에서 미래 성장의 동력을 찾는 농촌형 특성화 전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의 역량 강화와 주체 간 역할 분담

 

기초생활권의 발전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역발전정책의 근간으로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주체 간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는 단위사업의 지침과 예산을 가지고 기초생활권을 지배하려는 관습을 벗어던지고 기초생활권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정책 영역별로 계획 수립, 모니터링과 평가를 추진하기 위한 정치한 매뉴얼을 만들고 학습토록 유도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생활권이 좋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과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지원하고, 정책에 관련되는 기초적 데이터를 수집, 분석, 성공적인 정책 사례를 이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초생활권의 공무원과 주민들의 역량 강화가 관건이다. 스스로 지역의 여건과 특성을 진단하고, 주체로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이전보다 우월한 내용과 방식으로 실천하여 성과를 거양하려면 그에 걸 맞는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라는 언표는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지방의 발상 전환과 실천력이 전제되어야 할 도전이자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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