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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소득안정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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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농업관측사업| 2008년 08월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농촌 풍경은 그야말로 풍요로움 그 자체인 듯하다. 들판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으며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올해 쌀 작황은 평년작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먹음직스러운 사과, 포도 등을 수확하는 환한 얼굴의 농부 사진이 언론매체에 등장한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추, 무 출하량도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격이 하락하여 생산자의 풍성한 마음에 허탈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하다.

 

하늘이 농사의 반을 지어

 

벼 가격을 놓고 생산자와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가공업체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생산자는 각종 농자재 가격이 인상되었으므로 벼 가격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공업체는 농자재 가격 상승은 인정하지만 벼 가격 인상에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추석 이후에 사과, 배 등 과일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는 ‘사과 30개에 1만원’이라는 노점상의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참 싸구나’하는 소비자로서의 느낌과 ‘생산자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교차한다. 고생스럽게 얻은 수확물을 싼 가격에 출하해야 하는 생산자의 상실감은 클 것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1.5% 감소한 93만 6천ha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생산량은 작년보다 2.2∼5.0%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년에는 비가 연속해서 내린 날이 적었고, 일조량이 많아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작년보다 3.2∼6.0%나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여건이 좋아 품질도 뛰어날 것이라고 하니, 소비자는 양질의 쌀을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을 듯하다.

 

대표 과일인 사과와 배 생산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과의 성목면적은 작년과 동일하지만 생산량은 42만톤 수준으로 평년 생산량보다 10.5% 정도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 성목면적도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량은 46만톤으로 추정되어 이는 평년 생산량 44만톤 보다 많은 수준이다. 기상여건이 좋아 병충해 피해가 적어 단수가 높고 당도도 높아 품질이 좋다. 흠이라면 작년에 비해 강수량이 적어 과일 크기가 작은 것이다.

배추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3% 증가하였지만 생산량은 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무 재배면적도 5% 증가하고, 단수가 5%나 늘어나 생산량은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은 이유는 강수량은 다소 적었지만 농사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고, 일조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3차례의 큰 태풍으로 농산물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올해는 7월에 태풍 ‘갈매기’가 군산 서해에서 소멸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늘어

 

10a당 쌀 생산비는 작년에 비해 7.5%정도 상승한 것으로 잠정 추계되고 있다.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비료, 영농광열비가 크게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생산비 증가는 농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농자재 가격이 인상되어 생산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는 것이 농가의 주장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황이 좋아 농산물가격은 하락할 전망이다. 농가가 가격하락을 자초한 것이 아니므로 사면초가에 빠진 농가의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 쌀의 경우에는 목표가격을 설정하여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이의 85%를 재정에서 보전해주는 직불제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농가의 수취가격은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생산비가 상승하였으므로 소득안정을 위해 벼 가격이 인상되어야 한다고 농가는 주장한다.

높은 가격으로 벼를 매입한 가공업체는 경영적자의 위험에 노출되므로 농가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농가의 요구를 수용한 가공업체가 적자를 보면, 다음 해에 벼 매입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 시장기능을 따르지 않은 가격 결정방식은 다른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소득안정 위한 정책수단 필요

 

일시적인 대외 여건으로 인해 생산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상승분의 일부를 정부가 흡수해 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후적으로 생산비 상승분의 일부를 재정에서 직접 지원해주는 방식이나, 농자재 원가 상승분의 일부를 사전에 재정에서 흡수하여 농가에 충격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농가소득이 평년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정책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 높은 해에 소득의 일정비율을 적립하고 소득이 하락하는 해에 보전받는 정책이 도입되면, 농가는 풍흉에 따른 소득불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농가의 적립금으로만 이러한 정책을 운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도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풍작으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소비촉진운동도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오래된 방식으로 긍정적인 효과만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급과잉 물량을 생산자와 생산자단체가 공동으로 폐기하거나 시장에서 격리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보다 적극적이고 자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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