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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농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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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선진농업시리즈 | 2008년 9월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뉴질랜드는 축산물과 임산물, 키위, 포도, 사과 등의 원예작물과 포도주를 생산하여 80% 이상을 수출하는 대표적인 수출농업국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났지만 국가경제가 여전히 영국에 의존적이어서 1960년대 중반까지 영국으로부터 비료, 농약, 운송 등 발달된 농업기술, 육류가공기술과 투자자본을 들여오는 대신 영국에 양모를 비롯한 농축산물을 수출하여 세계적인 부국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농정개혁 강도 높게 추진

 

1960년대 후반 세계 양모가격이 급락하고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으로 수출기회가 줄어들어 농축산물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또한 1970년대에는 세계적인 오일쇼크로 인플레가 발생하고 정부의 간섭과 비효율로 인해 제조업 부문의 비용이 증대하여 농자재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수출의존적인 농업부문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두자리수 인플레, 고실업률, 성장 지체, 외채 급증 등 1980년대 초반까지 국가경제 전체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1982년 최대 농민단체인 농민연맹(FFNZ)은 ‘인플레로 인한 농가보상보다 인플레 자체를 해결하는 정책을 우선해야 하며, 농업보조로 인한 재정적자가 인플레의 주된 원인이며 보조 증대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당시 집권당인 국민당 정부에 제출하여 보조금 논쟁을 촉발하였다.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농정개혁은 다른 부문에 비해 우선적으로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되어 대부분의 개혁을 1980년대 중반에 완료하였다. 농정개혁으로 농업보조(PSE: 매출액 대비 생산자보조액 비율)가 개혁 이전 30% 이상에서 1986년 20%, 1989년 3%, 2005년 2.6%로 급감하였다. OECD 평균 29%에 비하면 농업보조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보조 감축으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농업 노동생산성이 2배, 토지생산성이 85% 증가하였고, 농가의 규모화와 전문화가 촉진되어 양모 등 전통적인 농업부문이 약화되고 낙농, 원예 등으로 다각화되었다. 생산성 증대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되어 농축산물 수출이 확대되었다.

 

개혁 부작용에 적극 대처하여 해결

 

뉴질랜드의 농정개혁이 급진적이었음에도 성공한 이유는 농정개혁이 극심한 경제 불황, 금융위기 상황에서 추진한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데다, 장기간 집권했던 국민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개혁 추진에 반대가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농정개혁을 농민들이 요구하고 개혁 초기에 일시적인 고통이 수반되나 조정과정을 거치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자신과 국가경제에 유리할 것으로 믿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농정개혁 과정에서 농민연맹 회원을 중심으로 대정부 시위가 있었으나 과거 제도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농정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예상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한 점이 돋보인다. 정부는 농지가격이 단기간에 50%나 급락하여 농가의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농가부채가 급증하자 정부와 농민연맹이 타협하여 농민연맹 주도로 농촌신탁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농가부채의 약 20%를 탕감하고 5%의 농장을 매각하는 등 농가부채 재조정 사업으로 농가회생을 지원하였다.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한 농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사회복지프로그램을 확대하여 새 집과 자동차, 가구를 제공하는 등 퇴출지원조치를 추진하였다.

 

우리 농정, 타 부분과 공정하게 개혁 추진

 

우리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믄 뉴질랜드의 농정개혁 사례를 냉정하게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농민에게 부담이 큰 농정개혁은 다른 부문의 경제개혁과 공정한 차원에서 추진하여 농민반발을 지양해야 한다. 특히 농민의 추가 부담을 초래하는 일방적인 개혁은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 농정개혁에서 투입재 수입과 농산물 수출에 대한 개혁은 상호보완효과가 발생하여 실제로 농가부담이 적었다. 즉 농업투입재 가격보조 철폐로 인한 농가 손실은 투입농자재의 수입허가제 철폐와 관세율 감축에 의한 가격하락으로 상쇄되었으며, 농산물 수출보조 철폐로 인한 수출농가의 소득 손실은 변동환율제 도입에 따른 환율인상으로 상쇄되었다.

 

시장자율기능 유지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할 경우 부작용에 대응한 프로그램을 반드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농정개혁의 부작용에 대해 부채탕감 등 농가회생 프로그램과 퇴출농가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 또한 농정개혁 과정에 농민단체의 실질적인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와 같은 수출의존 국가와 우리나라와 같은 수입의존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개혁의 조건과 결과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수출의존 국가에서는 세계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위해 생산효율의 증대가 불가피하여 정부의존적 보조를 폐지하고 시장지향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유리하지만, 수입국 입장에서는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국내보조를 폐지하거나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한다면 당장에 농사 포기가 늘고 국내생산기반이 급격히 붕괴되어 농산물의 수입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다. 일부 농민, 일부 품목은 경쟁력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다수의 농민과 품목은 경쟁력 제고의 여지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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