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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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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쌀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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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2008년 11월 03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국제시장에서 중단립종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 관세화 전환에 대한 논의가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쌀시장 개방(관세화)과 관련하여 중국 쌀은 국내 쌀 산업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요인이다. 아니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중국 쌀은 이미 잠재적인 영역을 넘어 우리들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2004년 쌀 협상 이후 의무수입물량의 국별 쿼터는 중국이 56.6%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미국 24.4%, 태국 14.6% 순이다. 올해 밥쌀용 시판 수입쌀도 중국산 비중이 가장 높다.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장립종과 중단립종 쌀 재배가 모두 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장립종은 주로 남부지역, 중단립종은 주로 북부지역에서 생산, 소비되고 있다. 1980년 이후 27년 동안 중단립종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의 비중은 각각 11.0%에서 27.3%, 10.8%에서 29.6%로 증가하였다. 중단립종 쌀 생산 증가는 소비 확대가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전통적인 주 소비지인 동북(東北) 3성과 북경시, 천진시 등 화북(華北) 및 서북(西北) 등 북부지역 외에 장강(長江) 중하류 지역에 위치한 상해시, 강소성, 안휘성, 절강성 등 화중(華中)지역의 소비도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전통적으로 장립종을 소비해왔던 광동성, 광서장족자치구, 호북성, 호남성 등 남부지역에서도 중단립종 소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중단립종 쌀은 장립종에 비해 소득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가 크고, 도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식량이다.

 

중국의 중단립종 쌀 주산지는 강소성, 흑룡강성, 요녕성, 길림성, 절강성, 운남성, 안휘성으로 이들 7개 성이 전체 생산량의 86.5%를 차지하고 있다(2005년). 이 가운데 강소성과 흑룡강성이 각각 30.2%와 22.9%를 차지하여 생산집중도가 매우 높다. 지역적으로 보면 북부지역의 동북 3개 성과 남부지역의 화중 3개 성(강소, 절강, 안휘)이 각각 40.8%와 40.4%로 비슷하지만 동북 3개 성이 최적 생산지역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흑룡강성은 중국을 통틀어 중단립종 쌀 재배의 최적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전체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동북 3성의 중단립종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각각 우리나라 전체의 3.4배와 4.5배에 달하고 흑룡강성 한 개 성만 비교해도 각각 2배와 2.6배에 달한다. 중국 중단립종 쌀(특히 흑룡강성 쌀)의 시장가격은 우리나라의 약 1/5~1/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비교해도 아주 낮은 수준이다. 국내 쌀시장이 개방(관세화)되는 경우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 중단립종 쌀이 우리나라의 쌀 산업에 최대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쌀시장이 개방되면 중국 쌀이 물밀듯이 밀려와 국내 쌀 산업을 초토화시킬 것인가? 중단립종 쌀의 국제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상황(올해 9월 캘리포니아 중립종 가격이 톤당 1,102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에서는 고율관세 적용까지 감안하면 관세화로 전환한다고 해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의 중단립종 쌀 수급상황도 중요한 변수이다. 대체적으로 조만간 공급부족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중단립종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순수입국으로의 전환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곡물수출규제의 예에서 보듯 국내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수출제한도 불사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식량안보 측면에서만 보면 중국의 중단립종 쌀 수출 여력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동북지역은 기본적으로 중단립종 쌀의 초과공급지역이다. 재고가 존재하는 한 수출을 제한하는 극단적인 상황만 아니라면 적정가격이 주어지는 경우 가까운 일본과 한국시장으로의 진출을 가로막을 장애요인은 없어 보인다. 남부 소비지에서 중단립종의 공급이 부족한 경우 장립종 쌀로 소비가 대체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동북지역 중단립종 쌀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부 소비지에 출하하는 것보다 수출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이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식량안보와 수익극대화는 중국 중단립종 쌀의 국제시장 진출을 가늠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일본시장에 더하여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하게 될 우리나라의 쌀시장에 중국 쌀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좀 더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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