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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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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풍작에 맞는 산지유통업체들의 경영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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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훈
KREI 논단| 2008년 11월 21일
김 태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올해는 날씨가 참 특이한 해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그 매섭다는 입시추위도 없었다. 지난 몇 년간 문제가 되었던 여름철 집중호우도 없었고 매년 한두 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도 빗겨갔다. 일부 가뭄피해가 있었지만, 비오는 날이 적어 일조량이 풍부하고 작물생육이 좋아 모든 농작물이 대풍이다.

 

쌀은 금년에 사상 최대의 풍작을 이루었다. 지난 1997년 단위면적당(10a) 수확량이 518kg로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하였는데, 금년에는 이보다 2kg 많은 520kg(/10a)를 수확하였다. 금년 벼 재배면적이 1.5% 감소하였지만 생산은 484만 3천 톤으로 전년보다 무려 43만 5천 톤이 늘어났다. 쌀 생산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산지 쌀 가격은 전년보다 8.3%, 벼 가격은 10.9% 높은 수준이다. 최근까지 쌀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벼 가격은 (약)상승하는 추세이다.

 

소비자들은 생산량이 10%나 늘었는데 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왜 높은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경제학적 상식인데 실제 현상은 그렇지 않으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풍에도 불구하고 현재 쌀 가격이 높은 것은 농협을 비롯한 산지유통업체들이 전년보다 평균 10% 높은 가격에 벼를 매입하여 원가가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 증가에 따라 농협과 정부의 수확기 매입자금 확대 지원으로 산지유통업체들의 매입량이 늘어났고, 매입가격이 농가의 벼 가격인상 요구 등 경제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었다.

 

농가들은 생산요소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등한 반면 벼 가격은 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상되어 소득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치겠지만 단위면적당 쌀 소득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단위면적당 생산비가 상승하였지만, 단수가 전년에 비해 12%나 늘어났고 농가판매가격도 전년보다 8% 높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생산비도 단위면적당으로 계산하면 8% 내외로 증가하였지만, 가마니당(80kg) 생산비는 단수 증가로 3%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비료가격과 유류가격이 크게 인상되었지만, 쌀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기준으로 각각 5.8%, 0.7%로 크지 않기 때문에 전체 생산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현재 쌀 가격의 공공행진이 향후에도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벼 매입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상승분을 반영하더라도 공급량 증가로 연평균 쌀 가격은 전년보다 4~7% 하락할 전망이다. 생산량 증가와 수입쌀 의무도입량 증가로 금년 시장공급량은 6.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급사정과 다르게 결정된 벼 매입가격은 내년 산지유통업체들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확기 이후 산지유통업체들의 손실 최소화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이렇게 되면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쌀 가격이 하락하면 산지유통업체들의 경영이 어렵게 되고, 내년 수확기 물량흡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지유통업체들은 금년 쌀 수급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업체 여건에 맞는 경영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쌀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산지유통업체들이 매입한 물량이 서서히 시장에 풀리도록 유도하고 가격이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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