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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수출 100억불 시대, 원예산물이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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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원예산업신문 기고| 2009년 1월 1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보화는 전세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상품과 생산요소, 지식과 정보의 교류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세계화는 경쟁의 심화를 의미하며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농식품의 위상(포지셔닝)과 마케팅전략을 어떻게 수립해 추진하느냐에 따라 우리 시장을 외국농산물의 각축장으로 내어줄 수도 있고, 세계시장을 우리 농식품의 무대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식문화가 세계화되고 세계문화를 쉽게 접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외식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먹을거리에서 세계화는 농산물 생산과 가공식품, 외식산업의 세계화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이태리, 일본, 중국, 태국 등 세계 5대 유명 음식들은 식문화를 동반한 음식의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다. 음식의 세계화는 식재료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만큼 농식품의 수출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이같은 농식품 시장의 세계화는 중국 등으로부터 값싼 농산물 수입이 늘어나 우리 농업에 도전과 위기로 작용할 수 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농식품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불과 10여년 전인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 타결 당시만 해도 농산물 시장개방이 우리 농업에 위기로 작용한다는 피해의식이 자리잡았으나, 지금에 와서는 개방을 기회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이 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전세계 소비자의 선택기준이 가격에서 가치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가격은 소비자가 상품구매에 지불하는 돈이지만, 가치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소비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인의 소비문화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의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싼 값보다는 비싸더라도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경쟁력의 중심도 가격경쟁력에서 품질경쟁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농업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논거가 된다.

  이와 관련한 또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이 농업생산요소의 중요성 변화이다. 즉 과거에는 미국, 브라질, 호주 등 토지자원이 풍부한 국가에서 옥수수, 콩, 밀 등 대량의 농산물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 싼 값에 판매하여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의 고급화, 다양화, 개성화, 소량다품목화 추세에 사람과 기술을 중시하는 첨단농업을 통해 생산하는 원예, 특용작물, 고차가공품 등 고부가가치 농산물이 품질경쟁력을 내세워 세계시장을 호령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농업생산 중심국이 토지이용형 농업에서 자본기술집약적 농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은 이처럼 거대한 추세 변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적극 활용하여 약한 농업, 수동적인 농업, 방어적인 농업에서 벗어나 강한 농업, 능동적인 농업, 공세적인 농업으로 새롭게 도약해야만 한다. 강한 농업인들이 강한 농업을 만들 수 있으며, 강한 농업을 통해 강한 농식품이 만들어지고 수출확대에 따라 농가소득도 높아지고 농촌생활에 활력도 생기게 된다. 이제는 능력있는 강한 농업경영체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한 농업을 만들어 세계적인 농업강국을 실현하자는 비전을 품을 때이다.

  강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농가뿐 아니라 조직경영체, 기업농 등의 경영주체를 집중 육성하고, 연구개발과 지도,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농업 생산, 유통, 가공에 대한 각종 불필요한 규제들을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수출농업을 집중 육성하여 세계 경쟁을 통해 경쟁 역량을 높여야 한다. 신정부에서는 5년 내 100억불 수출 달성을 위한 전략을 만들고 있다. 2007년 농림수산물 수출액은 37억 달러(신선농산물 6억 달러, 가공농산물 19억 달러, 수산물 12억 달러)로 5년 후 100억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12억6천만 달러씩 추가로 수출을 늘려야 한다. 지난 2008년에도 45억 달러를 목표로 수출을 추진하였다. 수출에 탄력만 붙는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세계시장을 목표시장으로 설정하여 농산물 생산전략을 짜야 하는데, 생산조건, 품질조건, 등급표준화조건, 유통시설 등을 세계표준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품목별로 수출대상 목표시장을 구체화하여 생산조직과 수출기업, 해외의 한상(韓商)조직, 시장개척지원단 등을 적극 활용하는 전방위 수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세계의 한상조직과 한국계 유통업체를 농수산물유통공사, 코트라 등 수출지원조직과 연계하여 수출첨병조직으로 육성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수출단지화, 수출상품 선별포장시설, 가공시설 등 수출기반의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수출증가가 미미한 신선 농산물의 대폭적인 신규 수출 확대도 중요하다. 물론 수출 주력품인 가공품의 획기적 수출증대도 필요하다.

  수출전문조직과 수출단지에 대해 수출을 전제로 한 수출계약, 생산 및 상품화 조건의 생산계획 수립을 유도하여 생산자와 수출기업 간 계열화를 촉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적인 수출농기업인 미국의 선키스트,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이스라엘의 아그렉스코, 네덜란드의 그리너리, 덴마크의 데니쉬 크라운 등의 성공요인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우리도 세계적인 수출농기업을 만들어 보자. 수출농기업의 성공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생산농민부터 협동조합과 수출기업에 이르는 수직적 통합이 큰 뼈대를 이루고, 농민의 주인의식과 철저한 계약 이행에 따른 수출물량의 안정적 공급이 기반이 되며, 전문화된 상품화와 품질관리체계, 브랜드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수출농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출은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나 수입원료를 가공한 가공품을 수출업체가 해외에 얼마나 많이 팔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수많은 개별 수출품목의 수출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선키스트 오렌지, 제스프리 키위 같이 경쟁력있는 품목을 선별하여 품목별 대표 수출업체를 집중 육성해 세계적 브랜드, 세계적 수출농기업으로 만드는 방안도 있다. 이를 위해 파프리카, 화훼, 배와 같은 원예 농산물에 대해 수직적 통합의 틀과 농민조직화의 기반 마련, 그리고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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