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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축산 확대 기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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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우병준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09년  3월  2일
우 병 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중국 청도 지역의 대학에서 축산 분야를 연구하는 대학교수 10여명이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방문했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방문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유기축산물 인증체계와 관련 제도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유기축산의 현장 적용사례를 직접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중국에서 축산 관련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단체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에게서 중국 축산업의 현황을 들을 수 있었다.

 

친환경축산 대부분 '무항생제'

 

이들에 따르면 중국 국토면적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내몽골, 신강, 청해, 서장, 사천 등의 지역에서는 광활한 초지를 이용해서 방목형태로 산양, 소, 말 등을 사육해왔지만, 최근 들어 사료효율의 저하 문제와 사막화 진전 문제 등으로 인해 방목을 억제하고 축사에서의 사육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양돈의 경우 모돈의 산자수는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자돈의 폐사율은 높지 않아서 실제 출하두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기축산의 경우 현재 중국 내에 관련 제도나 규정이 전혀 없는 상황으로 EU, 일본, 우리나라 등의 관련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국내산 유기축산물 생산을 활성화하려는 중이다.

 

중국이 유기축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웃한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나라 축산업의 기본방향은 축산업 기반유지를 위해 품질고급화, 브랜드화, 친환경축산물 생산 확대 등의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이러한 정책 틀 안에서 많은 수의 농가들도 친환경축산물 인증을 받고 유기 및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가들의 친환경축산물 인증 참여 증가는 통계수치로 잘 나타나는데, 2005년 25건의 0.3톤에 머물렀던 친환경축산물 인증건수는 2008년 1172건의 14만8300톤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농가, 유기농 전환시 소득 걱정

 

그런데 이렇게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친환경축산물 인증실적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실적은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에 집중된다. 구체적으로 2008년 말 기준으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실적은 1125건의 13만7000톤인 반면, 유기축산물 인증실적은 단지 47건의 1만1000톤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친환경축산물 인증실적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양축농가에 있어 유기축산 실천의 어려움과 유기축산으로의 이행과정상에 발생하는 소득감소 및 생산비 증가 문제,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유기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생산농가의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가격조건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부터 농림수산식품부는 친환경축산 실천농가 확산을 위해 '친환경안전축산물직접직불제'를 도입한다. 이 제도는 과거에 시범사업으로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친환경축산직불제를 재정비한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현재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계란 등의 주요축산물 생산량에서 3%에도 못 미치는 친환경 축산물의 생산량 비중을 2012년까지 5% 수준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제도에 의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HACCP 농장지정을 받은 농가 또는 환경친화축산농장 지정을 받은 농가로만 한정되어있으며, 직불금 지급기간도 최장 3년으로 제한돼 있다.

 

정부, 농가 참여 유도방안 마련을

 

그 결과 제도시행에 의해 직불금 지급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직까지 HACCP 농장인증 획득이 농가의 직접적인 소득 확대나 경영비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농가인식이 일반적인 현실에서 HACCP 인증 여부를 기준으로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직불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더 많은 농가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물론 친환경축산물 생산에의 참여 여부는 농가 자신이 판단할 영역이지만 정책 당국이 생산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좀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서는 좀 더 많은 농가들이 유기축산으로의 이행과정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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