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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변화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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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연구단상| 2009년 8월
김 영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특사조문단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전 남측 인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우호적인 말들을 쏟아 놓았다고 한다(연합뉴스). "직접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되지 않겠는가?",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사회․문화교류도 하고 의원교류도 하자.", "개성공단은 아직 1단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세계적인 일류 공업단지로 만들어야 한다." 등이다.

 

특사조문단의 선물

 

이는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리 새롭고 획기적이라 할 수는 없다. 지난 두 정부 10년 동안 남북한 교류의 식탁에 오르내렸던 화려한 메뉴들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다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남북 간 경색국면이 엄혹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여전히 변화무쌍한 남북관계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남북관계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은 정부 교체기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이 잘 보여주고 있다. 2007년 말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 남북 경제교류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기초해 농수산 분야에서도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후 발생한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건은 경제교류협력사업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를 극도로 경색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북한은 2008년 말 12월 남북 간 육로통행 제한, 개성공단 상주인원 제한, 남북 간 철도운행과 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의 경협사무소 폐쇄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12.1조치). 더 나아가 올해 3월에는 현대아산 관계 직원을 억류했다. 6월에는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과 토지임대료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마치 공단의 폐쇄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보이는 듯 했다.

 

북한은 군사·외교적 측면에서도 강공을 늦추지 않았다. 북한은 올해 4월 장거리로켓 발사실험을 단행했다.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을 이유로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연이어 "더 이상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며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기만 해도 경제와 정치 양 측면에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 듯 보였다.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는?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반전이 찾아왔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방북하여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했다. 비록 당국자 간의 협의는 아니었으나 현대아산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안전보장, 12.1조치의 해제,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의 교류사업 추진에 합의하고 이를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과 북한 조문단의 우호적 발언들, 개성에 억류되었던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 추석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등이 모두 이즈음의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련의 상황 전개를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으로 볼 수 있는가? 그러한 해석은 다소 성급한 것처럼 느껴진다. 설령 남북한이 위에 언급된 교류협력을 모두 성사시킨다 해도 그것은 2008년 7월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간 우리 정부의 이렇다 할 유화적 조치가 없었음에도 북한이 태도를 달리 했다는 점만은 과거와 사뭇 다르며, 이러한 변화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농업교류 현장의 실무적 변화 필요

 

남북한 관계의 극적 변화는 과거에도 수차례 반복된 현상이다. 그러한 변화가 모두 남북관계의 발전과 안정에 기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정략과 전술적 고려가 개입하곤 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힘은 양측의 전략적 고려, 이에 토대한 합리적 정책의 개발, 그리고 합의이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와 우리정부의 원칙적 자세가 깊은 전략적 고려에서 비롯된 합리적 정책을 반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이 커다란 차원의 남북합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 신호는 어려움을 겪고 있던 농업교류협력의 정상화와 활성화를 점치게 하고 있다. 여건 호전에 따라 교류협력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며, 이 분야 종사자들은 좋은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가지 과거와 달리 유념해야 할 것은 농업교류협력 현장에서도 양측의 변화의지가 교류협력 실무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농업교류협력사업 추진에 있어 뚜렷한 목표 설정, 견고한 프로그램과 지원체계 구축이 우리의 할 일이라면, 자립의지가 반영된 수용태세와 개방적 자세는 북한이 취해야 할 몫이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교류협력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교류협력과정의 개방적 조치에 따르는 위험․편익을 충분히 인지하고 경험하면 교류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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