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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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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뉴스레터 오피니언| 2009년 09월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축산물 원산지 부정유통(둔갑)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10년 전 쇠고기의 원산지 부정유통 비율을 추정해 본 적이 있었다. 당시 수입 쇠고기의 약 47%가 둔갑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원산지 표시제 부정유통 방지가 핵심

 

원산지 부정유통을 방지하려는 이유는 비단 소비자가 손해를 보고 업자가 부당이익을 취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는 수입육을 국내산으로 속아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데 그쳤지만, 광우병 파동을 거치면서 이제는 원산지 둔갑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진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산지 부정유통을 방지하고자 도입한 제도가 바로 원산지 표시제도이다. 그 중에서도 부정유통의 근원이었던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는 이 제도의 핵심이다. 미국, 일본, EU, 캐나다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육류에 대해서 생산부터 소매까지 원산지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쇠고기 국내외 가격차가 크고 생고기를 구워먹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 부정유통의 소지도 많다. 따라서 원산지표시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농축산물에 대해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6년에 보건복지부에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실시를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도입을 시도했지만 외교통상부에서 통상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소비자 선택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제도라는 이유로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에 반대의사를 전달하는 등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제도 도입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 끝에 2005년 12월에 가서야 겨우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었다. 당시에도 적용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그나마 2007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결정을 이끌어 낸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다가 결국 작년 광우병 파동을 기점으로 소비자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쇠고기 이력추적제와 함께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도의 적용을 서두르게 되었다. 우선 2008년 6월 22일부터 쇠고기에 도입하되 계도 기간을 두고 10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돼지고기와 닭고기에는 12월 22일부터 적용키로 하였다.

 

원산지표시 효과 다양하게 나타나

 

정부가 축산물에 대해 음식점 원산지표시제를 도입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감소하고 심지어 주요 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 매장을 철수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는 안전성과 저렴성을 무기로 하는 정육점형 식당과 한우프라자들이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큰 의미에서 축산물 원산지표시제 도입의 효과로 볼 수 있다.

 

양돈부문에서는 제도가 적용되는 2008년 12월 훨씬 이전부터 돼지와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격 상승의 주요인은 쇠고기와 같이 취급하는 음식점이 많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를 위해 쇠고기와 동시에 돼지고기도 원료 구입비율을 바꾸었기 때문이었다.

 

닭고기부문도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다. 2008년 4월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과정에서 닭 850만 마리를 수매하여 비축하였는데, 이 비축물량 처리가 문제였다. 원래 계획은 2년에 걸쳐 비축물량을 소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원산지표시제 도입시기가 가까워지면서 그 많던 비축물량이 한 순간에 판매되었다. 냉동 비축한 닭고기도 국내산이었기 때문이다.

 

쇠고기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효과 높아

 

연구진에서는 3,000가구의 소비자 패널 데이터와 전국의 530개 음식점과 870가구의 소비자를 조사하여 얻은 결과를 통해, 쇠고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도 도입의 효과를 계측해 보았다. 조사 결과, 제도 시행 이후 한우소비 비율이 60.1%에서 63.3%로 3.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60%의 업소가 한우고기 사용 비율을 늘렸는데, 제도 시행 이전에는 한우고기 사용비율이 46.1%였던 것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에는 75.0%로 28.9%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큰 물량으로 환산하여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가 소 산지가격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추정한 결과, 18% 정도의 가격 상승효과로 나타났다. 즉, 쇠고기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에 의한 효과는 시행 초기 19.9억 원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올해 8월에 84.6억 원으로 한우 수요 증가 효과를 가져왔고, 적어도 연간 301억 원 정도의 한우 수요 증가 효과가 있는 셈이다. 넓게 보아 정육점형 식당 확산이라는 효과도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도입의 효과로 본다면, 173억 원 정도의 추가적인 수요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에 대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모니터링 비용도 크고, 쇠고기 이외에 다른 축산물의 경우 아직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원산지표시제도와 축산물이력추적제도를 조화롭게 운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정책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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