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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쟁력제고를 위한 가치관의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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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자재신문 기고 | 2009년 11월  1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80년대 이후 경제와 사회 모든 분야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휩쓸려 가고 있다. 요동치는 파고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가 붙든 화두는 ‘경쟁력 제고’였다. 지금도 이 화두는 변함이 없다. 자원과 기술면에서 월등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경쟁력만 갖추면 세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세적인 자세보다는 공격적인 자세를 가지고 노력하면 선진국들의 경제·사회적인 압박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주문이다.

 

경쟁이란 무엇인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얼 해야 하는가. 화두인 ‘경쟁력 제고’를 실천하는 첫 단계에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경쟁(競爭, competition)’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생물 사이에서의 상호작용의 하나인데, 이것은 동종 또는 이종(異種) 개체 간 생활에 필요한 환경자원에 양적인 제한이 있는 경우 이것들을 서로 탈취하려는 작용이다.

 

메커니즘에 차이는 있지만, 동식물 모두에서 일어난다.”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더불어 이 단어는 “협동에 대응되는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제고를 아주 간단하게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구체화하면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획득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경쟁력 제고’란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 서비스경쟁력 등을 높여야만 우리 농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하는 주체와 대상이다. 주체는 바로 우리 농민이다. 그러면 상대는 누구인가.

 

국내 동종의 농업인도 있지만 중시하는 대상은 역시 해외 농민, 해외 농산물 수출업자이다. 결국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한국 혹은 외국의 시장에서 경쟁하여 우리가 보다 많은 수익을 얻는 경우를 지칭한다. 그런데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러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것은 수요자들의 행태라는 사실이다.

 

농산물을 선택하는 수요자의 선호내용은 동일 혹은 불변이라고 보는 지금까지의 견해가 옳지만은 않을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필요한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이나 대형 판매점에 들르는 경우 수많은 쌀의 종류와 가격에 직면하게 된다. 가격을 중시하는 사람, 자기 고향의 제품을 중시하는 사람, 환경과 결부하여 판단하는 사람, 유명세를 중시하는 사람 등 저마다 쌀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

 

각각의 선택기준에 의해 선택된 농산물을 만들어 파는 사람은 일단 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그렇게 중요한 개개인들의 판단기준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것이 결국 경쟁력의 우열을 가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사람들은 다른 농산물의 선택, 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확인이 가능하다. 왜 그러한 차이가 있을까. 경제학의 기초이론에 의하면 가격을 비교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면 될 텐데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아지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농산물의 가치, 선택을 위한 가치관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리고 가치관의 정립은 교육, 홍보, 훈련 등에 의해서 이뤄진다. 우리가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가격이외의 요소를 중시해야한다고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으면, 별다른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 한, 비가격 요소가 선택의 지표가 된다. 그래서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교육과 홍보를 한다.

 

이러한 원리를 받아들일 경우 우리는 참으로 할 일이 많아진다. 반성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과연 우리의 후손들에게 우리의 농산물이 어떤 의미이고 중요한지,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역할은 어디에 있는지. 왜 우리 스스로 먹을거리 주권을 회복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을 위한 교육과 홍보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숙고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농업을 알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 편안하게 먹는 아침 밥 한 공기에 쏟아 부어진 농민들의 노고가 얼마인지,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왜 우리 농업을 지켜내야 하는지를 최소한 한번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만이라도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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