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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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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컨센서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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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장
KREI 논단| 2009년 11월 27일
허 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가 “부자나라 중 부자나라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스물네 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게 무상 혹은 양허성 유상원조를 꽤 많이 해 줄 수 있는 능력과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우리의 국격(國格)이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더불어, 미국이 무상으로 지원한 밀가루로 만든 국수와 수제비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국민들에겐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최근 들어 정부는 각종 국제회의에서 세계의 빈곤과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가 더 많이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자주 하였다. 지난 6월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대 아세안 공적개발원도(ODA) 자금을 2015년까지 ‘08년 규모의 두 배인 4억 달러로 늘린다고 했다. 7월 이탈리아의 라퀼라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에서는 아프리카 등 식량위기 국가에 3년간 1억 달러를 긴급지원하고 농업 인프라와 기술 원조를 확대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제2차 한-아프리카 포럼의 결과인 “서울선언 2009”에서는 대 아프리카 ODA 규모를 3년 뒤인 2012년까지 현재의 2배인 2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와 같은 원조규모 확대는 이미 2005년 이래 추진되어 온 ODA 확대정책과 아프리카 이니셔티브 등 지역별 원조계획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DAC 가입은 이와 더불어 원조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의 ODA 금액은 현재의 약 8억 달러에서 2015년 약 25억 달러로 늘어나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0.25%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ODA가 늘어나면 농업 및 농촌개발 분야의 ODA도 크게 늘 것이다. 2008년 ODA 가운데 농림어업, 농어촌개발 분야에 지원된 것은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를 합하여 약 5,800억 원이다. ODA가 2015년까지 세 배로 늘어난다고 하면 이것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저개발국에서는 전체인구의 4분의 3이 농촌주민이고 3분의 2가 농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농업과 농촌개발이 곧 국가발전에 직결된다. 우리나라로부터 지원을 받을 나라들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부자나라 모임”의 신참 회원으로서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주 많다. DAC는 가입심사 보고서를 통해 그러한 과제들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개선하도록 제안하였다. 필자가 생각할 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별 지원전략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한 쪽에서는 무상원조를 담당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모두 19개국을 중점협력국으로 선정해서 국별지원전략(Country Assistance Strategy, CAS)을 수립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유상원조 중점대상국 11개국을 선정, 국별 중장기 지원계획(Country Program Paper, CPP)을 만들고 있다. 또한, 현재 KOICA와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가 유사한 농촌 새마을운동 사업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ODA가 무조건 하나로 통합되는 것 보다는 분야별로 전문성이 있는 다양한 사업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할 때, 그 효율성과 효과성을 보장하면서 적절히 국가별로 지원전략이 통합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하여 중장기 기본 지원전략 아래 분야별 중단기 지원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관계 당사자들이 광범하게 협의하고 전문가들이 자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는 이른바 “코리아 컨센서스(Korea Consensus),” 즉 한국식 개발모델의 확립이다. 후발국 경제성장에 대한 주류경제학 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Washigton Consensus)”는 사유재산권 보호, 정부규제 축소, 기간산업 민영화, 시장개방 등을 처방하여 아프리카의 특수한 여건과 거리가 있는 접근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반대로 중국의 대 아프리카 접근방법, 즉 “베이징 컨센서스(北京公識)”는 정치적으로는 내정불간섭을 원칙으로 하면서 값싼 공산품으로 토착 경제주체의 성장을 가로막고 아프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는 OECD가 창설된 이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화한 유일한 국가이다. 이미 오래전에 선진국이 된 서구, 아직 개발도상에 있는 중국과 달리 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가장 최신의 경험과 지식을 자신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 지원대상국을 선택하고 지원 분야를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수준에 오른 종자개발, 가축사양 등 농축산업 기술개발과 보급, 새마을운동 등 농촌개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농정제도 역량제고가 농업, 농촌분야에서 우리가 국가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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