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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오징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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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시론| 2010년  8월 20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산골에서 오징어가 난다. 분명한 사실이다.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에 가면 버젓이 ㈜산골오징어라는 간판을 붙인 회사가 있고, 오징어 덕장에서 오징어를 건조하고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오징어 하면 ‘울릉도 오징어’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바다와는 접점이 전혀 없는 영동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나오는 오징어가 전국 90여개 점포와 온라인망을 이용해 엄청나게 팔려 나갈 만큼 인기를 끈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산골 오징어의 생산 과정은 바다 오징어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산 등지의 어시장에서 대량으로 사들인 오징어를 천연 암반수로 씻어 말린다고 한다. 바다 바람 대신에 덕장에서는 산골 바람을 이용해 오징어를 건조한다. 그래서 산골 오징어다. 이렇게 씻고 건조한 오징어는 상대적으로 짠맛이 덜하게 느껴진다. 이 점이 서울을 비롯한 도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어업과 거리가 먼 산골 주민이 만들어내는 산골 오징어는 나라 밖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판매를 넘어 미국·캐나다 등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원래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한 농업인은 버섯을 건조하는 자신의 노하우를 활용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특히 1990년대 초반 우루과이라운드(UR)를 전후해 정책적으로 새로운 작목 개발을 권장한다는 소식에 그 고민을 더욱 심화시켰다. 고민을 계속하던 어느 날, 기차 안에서 팔리는 오징어와 땅콩을 보는 순간 오징어를 건조해 보자고 결심하고 실험적으로 도전해 본 것이 산골 오징어 사업의 출발이 됐다.

 

산골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창의와 혁신, 발상의 전환과 실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절감한다. 창의와 혁신, 게다가 실천적 노력이라면 불가능이 결코 없다는 확신이 든다. 개인이건 회사이건 지역이건 창의와 혁신의 메커니즘에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

 

우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산골 오징어 탄생의 출발은 ‘건조하는 일은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진단과 자신감에 있었다.

 

또한,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발전시키고 변화시킬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만을 창의와 혁신이라 하지 않는다. 기존의 여건을 활용하되 재조합하는 것도 창의와 혁신이다.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이 아니라도, 바닷가에서만 건조하는 오징어를 산골에서도 건조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할 만하다.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일단 실천에 옮기면서 문제를 수정하는 것이다. 시도하지 않고 생각에만 머물렀다면 산골 오징어는 시장에까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의 10년 불황 속에서도 신화적 성장을 이룩한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순서대로 직원을 채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목표가 생기면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시도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신조이기도 하다.

 

개인이든 회사든 새로운 성공, 조금은 발전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발상의 전환과 실천을 일단 해 볼 만하지 않은가. 길은 찾으면 열리게 마련임을 산골 오징어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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