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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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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조직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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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옥
KREI 논단| 2010년 9월 27일
최 병 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추석을 앞두고 봄철부터 지속된 기상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추석이 지나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농산물 가격 상승을 특종으로 다루고 있으며 관련 기관도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 안정화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변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가격이 올해처럼 폭등한 경우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누가 수취하는가에 논란이 많다. 생산자는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유통업자와 소매점이 수취한다고 주장한다. 유통업자 및 소매점은 가격 폭등으로 취급물량 및 판매량이 감소하여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생산자, 유통업자, 소매점 등을 포함하여 물량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농산물 주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산지유통조직과 시설이 배치되어 있지만 이들 중 생산자의 조직화를 바탕으로 규모화 된 물량을 취급하는 산지유통조직은 그리 많지 않다. 산지유통조직이 규모화 된 물량을 취급하지 못하면 시장 가격이 상승하여도 생산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되기 어렵다.

  현재 추석을 맞아 소비지 유통업체(대형유통업체, 식품가공업체, 단체급식업체 등)는 청과물과 노지 채소류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물량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산지의 공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부 대형유통업체는 특정 품목의 판매를 포기하였고 식품가공업체는 도산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생산자와 밭떼기 거래, 계약재배 등을 통하여 많은 원물을 확보한 산지유통조직, 산지 수집상, 벤더 업체는 소비지 유통업체와 공급자 간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었다며 농산물 유통업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단계에서 유통업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들의 경제적 이익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 경제주체에게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편중된다면 이들이 산지와 소비지에 미치는 시장 지배력이 강해진다. 이러한 경우 정부에서 수급 안정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한 조치의 효율적 실행이 어렵고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게 요구된다.  

  최근 10여 년 동안 농산물 유통은 과거 「생산자-도매시장-소비자」로 연계되는 시장유통 구조에서 소비지 유통업체가 농산물 주체로 등장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구조가 아무리 소비지 유통업체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하더라도 생산자의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세 소농 중심의 구조에서는 생산자 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생산자 단체가 조직화를 기반으로 규모화 된 원물을 취급하고 효율적 시장대응을 한다면 소비지 유통주체가 아무리 변하여도 생산자의 위상과 경제적 이익은 지켜질 것이다.

  향후 소비지 유통업체는 판매단가 절감, 안정적 원물확보 등을 위하여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수직적 계열화를 다양한 형태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산물 산지유통에 대한 정책방향도 소비지 유통업체의 변화에 적합하도록 규모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이다.

  농산물 유통환경 및 관련 정책이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산지 조직화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조직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향후 빠르게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 개별적 산지유통조직의 조직화와 효율적인 시장대응 체계 구축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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