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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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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적정생산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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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0년 10월호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

 

수요량보다 많은 쌀이 생산되어 쌀값이 하락하고 재고량도 적정 수준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올해 쌀 작황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확기 쌀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지난 8월 31일 쌀값 안정 및 수급균형 대책을 발표하였다. 연간 예상 수요량을 초과하여 생산되는 쌀은 시장에서 격리한다는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작황 수준과 관계없이 시장에 공급될 물량이 이미 정해진 셈이므로 수확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 대책에는 2011년에 논면적 중 4만 ha에 벼 이외의 작목을 재배하도록 하고 ha당 300만 원을 지급하는 생산조정제 도입, 구곡 중 50만 톤을 가공용 등으로 처분한다는 재고미 관리 방안도 포함되었다. 정부가 쌀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수확기 시장이 안정되고 수급불균형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한편으로는 시장기능을 도외시한 정책은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적지 않다.  

 

정부 시장개입의 불가피성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며, 시장안정을 위해서는 요인에 상응하는 대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쌀생산에 유리한 기후 조건이 형성되면 생산량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2008년과 2009년 단수는 각각 520kg과 534kg으로 평년작을 크게 초과하였는데 기후 영향이 매우 크다.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면 가격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 투매현상이 발생하는 등 유통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심리적 불안감이 더해져서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만큼 쌀직불금 재정규모도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문제점도 있다. 2009년에 생산량이 492만 톤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수확기에 예상 과잉물량 35만 톤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시장안정을 위한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경우이다.  

고단수, 고품질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향상의 결과 지속적으로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고 있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벼 재배면적 감소율이 쌀단수 증가율을 상회하여 쌀 생산량은 연평균 0.3%씩 줄어들었다. 쌀 소비량은 연간 2.4%씩 감소하고 있으므로 재고량이 발생하고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생산성 향상의 결과 쌀가격이 하락한 것은 우리가 추구해왔던 쌀산업 경쟁력 제고 노력의 산물이므로 바람직한 일이다. 쌀가격이 하락하면 농가는 보다 수익성이 높은 작목으로 생산대체가 이루어져 쌀생산의 적정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쌀가격 하락은 농가소득 하락으로 연계되어 농가경영이 불안해질 수 있다. 쌀가격이 하락해도 농가경영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는 쌀직불제로 소득을 보전해 주고 있다. 이러한 비용은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을 지키고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정부가 쌀시장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경우이며 당위성이 있다.               

시장안정 또는 수급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통상적인 환경에서도 10a당 603kg이 생산되는 호품벼에 대한 농가의 인기가 높다. 생산량이 많지만 밥맛도 기존의 고품질 품종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이다. 벼 재배면적 중 호품벼 재배면적 비중이 2008년 1.1%, 2009년 8.9%, 2010년에는 17.2%로 늘어난 것은 농가의 호응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농가는 생산량을 더 늘리기 위해 비료를 추가 투입하여 단수가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미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 몇 차례 생산과잉 물량을 시장가격으로 매입한 결과 농가는 무조건 생산량을 늘리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시장에서 격리하는 생산과잉 물량은 일정 기간 보관 후 가공용 등으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방출하고 있으므로, 시장안정을 위해 격리하는 과잉 물량은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생산과잉에 따른 비용을 정부와 생산자가 분담하여 생산유발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과도한 개입은 생산유발 부작용

4만 ha를 대상으로 생산조정을 한 효과도 일시적일 수 있다. 생산조정 면적만큼 생산량이 줄어들면 쌀가격이 상승하여 농가에게는 생산 유인책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본이 생산과잉 현상에 직면한 1969년 1만 ha를 대상으로 생산조정을 하면 수급균형을 이룰 것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가격상승, 생산성 향상과 소비량 감소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생산조정 대상 면적은 꾸준히 늘어나 최근 110만 ha를 기록하고 있다.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수급불균형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인위적인 정부 시장개입 효과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생산안정을 위해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농가가 받는 쌀직불금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구성된다. 고정직불금은 농가가 쌀을 생산, 휴경하거나 타 작목을 재배하거나 관계없이 논의 형상을 유지하는 조건만 충족하면 지급한다. 변동직불금을 받기 위해 농가는 쌀을 생산해야 한다.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생산조정제를 도입하면서 쌀 생산을 장려하는 변동직불금 지급조건은 상충된다. 이는 자동차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다.

시장안정과 수급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생산자가 해야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기능을 무시한 과도한 정책 개입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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