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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파동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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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일보 시론 | 2010년 10월 8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배추 파동이 고비를 넘긴 듯하다. 며칠 전까지 배추 1kg 도매가격이 1만 원을 훨씬 넘어 천정부지로 치솟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11월 김장배추가 나오기 전까지 20여 일간 준고랭지에 남은 배추와 가을 배추가 출하되고 알타리 열무 같은 대체 품목과 수입 중국배추가 가세하면 배추 값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 배추도 부족하지만 김치 소비가 줄고 전남 해남 등지의 월동배추 출하가 앞당겨지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밭떼기에 시장 맡겨선 안돼

이번 배추 파동은 7월 이후 잦은 강우와 고온, 태풍 곤파스와 추석 폭우로 인해 생산량이 3분의 1 이상 줄고 무 양배추 오이 등 다른 채소까지 생산이 줄어 발생한 이변이다. 그러나 파동의 원인을 놓고 말이 많았다. 이상기후에 따른 천재지변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과 한강 둔치의 채소 재배 면적이 줄어든 때문이다, 산지 수집상들의 밭떼기 횡포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한 때문이다, 후진적 유통구조 때문이다 등등.

이런 분석은 저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파동의 주된 요인은 이상기후에 따른 단위 면적당 수확량 감소다. 또 다른 근본요인은 유통구조 문제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둔치 경작지 감소는 직접적으로 배추 생산을 줄인 것이 아니다. 4대강 둔치에서는 9~10월 소비하는 준고랭지 배추를 재배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번 배추 파동은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선 폭우 태풍 고온다습과 같은 이상기후가 앞으로 빈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분명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과거보다 재배포장 관리를 잘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안정적인 재배면적 확보를 통해 수급과 가격 조절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계약재배 확대가 해법이다. 전체 재배 면적의 70~90%를 영리를 추구하는 산지 수집상의 밭떼기에 맡겨 배추 시장을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협동조합의 계약 재배로 시장을 견제, 필요한 경우 재배 면적을 조절하고, 가격이 불안할 때는 계약재배 물량의 출하를 조절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가격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밭떼기나 계약재배를 통해 소유권을 빨리 넘기고자 한다. 이에 따라 산지 수집상이 밭떼기를 통해 모든 위험을 떠안아 때로는 높은 가격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큰 손실을 모두 감당해 왔다. 계약재배 사업은 정부와 협동조합에서도 가격변동 위험을 나누어 갖는다는 의미이다.

이번 기회에 배추의 산지 유통과 소비지 유통도 개선해 고질적인 고비용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 산지와 소비지에 저온 저장시설을 대폭 늘리고 운송차량도 저온화하여 생산 후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저온 유통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수급과 유통 현대화 노력을

이를 통해 생산지에서는 출하 조절이 용이해져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유통과정에서도 신선도를 유지해 상품성을 높이면서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다. 포장 저장 운송 등 일관 물류체계를 갖추면 불필요한 유통단계나 비용을 줄여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차를 줄일 수 있다.

배추는 사계절 생산, 출하되어 농가 소득에 중요한 품목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매일매일 밥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부식재료이다. 따라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중요한 소비재이기 때문에 수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가격 변동위험을 상인뿐 아니라 협동조합과 정부가 분담하고 유통을 현대화하고 효율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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