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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사육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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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KREI 논단| 2010년 11월 18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적정 사육두수, 적정 가격. 사회주의에서나 통용될만한 용어들이 농업계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앞에 붙어있는 적정이라는 용어는 얼핏 듣기에 매우 근사하다. 축산부문에서도 적정가격, 적정 사육두수, 적정 마진 등등 적정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배추파동 이후 신문지상에 적정 산지가격이라는 말이 많이 오르내린다. 그런데 적정 산지가격의 의미가 무엇인지 언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경쟁력을 가질만한 가격을 말하는 지, 아니면 농가가 소득을 확보하여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가격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의미하는지, 해석 여하에 따라 적정가격의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정 사육두수는 어떤가? 어떤 경우에는 축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육두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양돈의 경우처럼 환경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의 사육두수를 의미할 수도 있다. 또한, 소득을 확보하여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사육두수로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가격안정화를 위한 사육두수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적정이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들 사용한다. 흔히 사용되는 의미를 추측해 보건데, 아마 적정한 가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가축의 사육두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적정 사육두수가 적정한 가격을 전제로 하는 가축 사육두수로 본다면, 그 가격 수준이 또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가격 수준인지에 따라 적정 사육두수의 수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우가격이 가격경쟁력을 가지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해석할 경우, 미국산이나 캐나다산,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한우고기 가격에 비해 반 이하의 수준이기 때문에, 그 가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사육두수란 현실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결국 현실성이 결여되어 의미가 없는 숫자가 되어 버린다.

  한편, 일정한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두수라고 해석한다면,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같은 품목 내의 부문 간 균형을 고려하여 적정 사육두수를 산출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한우의 경우 번식부문과 비육부문이 있는데, 두 부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전제로 하는 적정 사육두수라고 정의해야, 정책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번식과 비육 두 부문 간 균형소득을 나타내는 지표로 필자는 가축 한 마리가 한 달에 벌어주는 소득을 이용하는데, 이 두당 월간소득이 재생산 가능한 수준 이상이 될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만일 번식소득이 비육소득 보다 높다면 번식에 치중하게 될 것이므로, 앞으로 사육두수는 증가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비육하여 출하하는 비율이 높아져 결국 사육두수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문 내의 변화는 곧 가격의 변동과 직결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경제 용어 중에는 적정(Optimum) 처럼 멋진 말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말들이 가지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사용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가끔 짧은 시간 내에 적정 사육두수나 적정 마진, 적정 가격을 산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제대로 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그렇다고 정책적인 중요한 수치인데 대충해서 산출해 줄 수도 없고.... 연구자로서 고민이 된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을 요구한 사람이나 관련자들은 이해해 주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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