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나뭇잎을 팔다
4368
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시론| 2010년 11월 24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이야기가 한창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주민들이 주체가 돼 기업적 생산성이나 영리 추구 원리를 차용해 마을이나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이다. 육아, 간병, 환경, 도·농교류, 로컬푸드, 지역 활성화 등 실로 다양한 활동 영역이 포함된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가쓰 마을의 주식회사 이로도리는 단연 농촌형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전형적 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농협과 고령자가 주축이 돼 지역을 활성화한 사례인데, 생산적 복지모델이면서도 농촌에서 하찮아 보였던 지역자원의 가치에 착안해 비즈니스에 성공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고령자들은 나뭇잎·들꽃 등을 채집해 고급 요릿집, 호텔, 여관 등에서 사용하는 요리 장식용으로 출하하는 사업을 한다. 농협 직원들은 고령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개인별 판매상황을 공표해 경쟁심을 유발하기도 하며, 도시 요릿집이나 호텔과의 유통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1986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에는 현재 180농가가 참여하고 있고 매년 2억5,000만엔의 수입을 올리는 정도로까지 성장했다. 고급 요리 장식용 나뭇잎에 관한 한 일본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할 만큼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 사업을 통해 참여농가들의 소득 증대, 마을 고령자들의 의료비 감소, 귀농·귀촌자의 증가, 마을 마케팅 등 엄청난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사례는 사례일 뿐이다. 이 마을의 성공 사례를 부러워하며 똑같은 활동을 벌인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왜냐하면 이 아이디어를 내고, 마을 고령자들의 참여를 조직화하고, 측면 지원하는 가미가쓰농협 직원들이 다른 마을에는 없기 때문이란다. 이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심을 쏟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주체가 주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측면 지원하는 열정적인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도 일본만큼 고령화가 심하고, 고급 요리를 장식할 수 있는 나뭇잎도 매우 많다. 그래서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우리 농촌이 대안적으로 접근해야 할 중요한 도전이며, 할머니들이 나뭇잎을 팔아 건강한 마을을 만들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좋은 귀감이 된다. 문제는 일본 주민들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지해 주는 NPOs(Non Profit Organizations), 기업, 농협, 생협 등 지원조직의 저변이 아직 우리에게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육성, 행정안전부의 자립형 공동체 육성,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 공동체 육성 등이 정책사업화되고 있는 바,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관련이 깊다. 이러한 정책사업들이 부처간 경쟁이나 지역간 흉내 내기만 양산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측면이 있다. 그보다는 진정으로 우리 농촌의 문제를 지역주민들이 해결하는 데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주는 한편 할머니들이 나뭇잎을 채취하여 팔면서 건강하게 웃고 소득도 올릴 수 있도록 상시 지원해 줄 수 있는 넓고 깊은 저변을 확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