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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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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회의 공동체적 자연 자원 관리 전통을 새롭게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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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KREI 논단| 2011년 3월 2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연말 연구보고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대표적인 저서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1990)의 번역본 『공유의 비극을 넘어』(윤홍균·안도경 옮김, 랜덤하우스, 2010)을 읽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농업용수의 합리적 관리 방안, 농업용수의 수리권 확보 방안 등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과거 전통적인 농업용수 관리의 장점이 사라지고 공기업 형태의 농어촌공사 중심의 농업용수 관리가 지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나의 고민이었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의 저작을 통해 나는 한동안 잊고 지내던 우리 농촌사회의 훌륭한 공동체적 자원 관리 전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공동체와 관련하여 농촌 활성화 등을 위한 차원에서 커뮤니티비지니스 개념 도입 등 다양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 사회에서는 공동체 차원에서 자연 자원의 합리적 이용 개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비록 그 논의 차원이 다르지만,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작 농촌 사회의 자연 자원, 특히 토지나 물의 합리적 관리 등을 주요 연구 내용으로 하는 연구자로서 연구의 천착함과 우리 농촌사회의 공동체적 자연 자원 관리 전통에 대한 이해 부족을 부끄럽게 느끼고 있다.

 

  1968년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사이언스(Science)』지에 “공유제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 일반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개인들에 의해 공유 자원은 고갈되어 버리는 ‘공유재의 비극’을 안게 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자연 자원의 국유화 등을 통해 철저한 국가 개입을 도모하든가 아니면 신제도주의 접근처럼 명확한 재산권 설정 등 치밀한 제도설계로 무임승차, 자원 황폐화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규범이 감시와 제재의 비용(거래비용)을 줄여 주며 이러한 규범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전통적인 공동체 활동에 대해 관심을 두었다. 산림자원, 수자원, 수산자원 등 자연자원의 국유화가 ‘제한 접근의 자연 자원’을 ‘자유 접근 자원’으로 만들어 자연 자원의 파괴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며, 자연 자원 관리를 위한 재산권의 명확한 설계는 너무나 큰 어려움과 비용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농촌사회는 다양한 자연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살기 좋은 농촌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들 자연 자원을 지역 주민 중심의 공동체 사회를 복원하여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의 지적처럼 오히려 국가(공기업 포함) 및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개발·이용이 농촌사회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컨대 수자원의 이용·관리와 관련해서도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 공기업을 내세운 국가 중심의 개발·이용이 과다 개발과 물의 낭비를 초래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비용 구조를 낳기도 한다. 과거 전통적인 공동체적 농업용수 관리 체계가 훨씬 지속가능한 방법이기도 하고, 효율성도 담보한다. 예컨대 농업용수 관리의 경우 물 이용 당사자인 농업인이 영농 활동 과정에서 물 관리에 참여하게 되면 극히 적은 기회비용으로 가능하며 물의 낭비도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러나 영농 활동과 직접적 관련이 적은 농어촌공사 직원의 출장 방문을 통해 현장 물 관리를 도모하고 농업인의 비용 부담이나 물관리 참여가 없는 경우 엄청난 고비용을 치르게 되고 물의 과다 소비 현상도 나타난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가 강조했듯이 공공서비스의 조달은 정부조직이나 시장 조직에 의하지 않고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조달될 수 있다. 특히 그 공공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이 자발적 조직화를 통해 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라는 점, 즉 공동체적 자원 관리 전통을 유지 또는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를 통한 자연 자원의 관리가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우리 농촌사회의 전통적 운영 구조, 자연 자원 관리 전통은 후진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자연 자원 관리의 대안을 품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끝으로) 현재 잘 이용·관리하고 있는 자연 자원을 우리의 자손(미래 세대)에게 잘 물려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미래에 대한 할인율이 낮게 평가되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공동체적 자연 자원 관리 전통과 규범이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하에 농촌사회의 후계 양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공동체적 자연 자원 관리 전통의 유지 및 복원과 더불어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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