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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지역 만들기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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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시론| 2011년 3월 14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표현이 있다.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를 생각해 보면 저간의 사정이 짐작이 간다. 정치, 행정, 경제 등 그야말로 그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서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이었을 테니 이 시대의 인재라면, 혹은 자식이 태어나면 누구라도 서울로 보내려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이제 세상이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다. 정부 부처들의 지방 이전으로 서울의 행정 중심지로서의 힘이 약화될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 발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고밀도 하드웨어와 첨단 소프트웨어가 축적되어 있는 서울의 위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되고 있음을 읽어야 한다. 고밀도·첨단의 것들이 주는 답답함과 획일성, 공동체적 유대감 상실에 따른 소외감, 경관적 미학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서 보다 매력적인 곳을 대안적 삶터로 삼으려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소위 젊거나 경쟁력 있는 인재인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대표적 논객이라 할 수 있는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에 따르면 이제는 지역 발전의 동인이 되는 인재들이 지역을 선택하는 시대이고 그들이 어떤 지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이 좌우된다고 한다. 플로리다 교수는 이들을 창조적 계층이라고 칭하는데, 창조적 계층이 살고 싶어하는 곳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창조지역이라는 것이다.

 

 최근 지역들이 내세우는 지역 발전의 구호에 창조지역이라는 말이 부쩍 많이 등장한다. 아마도 시대적 흐름을 간파하여 작명한 이유도 있겠지만 정부에서 예산사업으로 창조지역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창조지역을 ‘지역의 유·무형 자산을 토대로 지역주민의 창의적 발상에 근거해 지역주민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지역 발전사업을 벌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플로리다 교수 역시 “대부분의 도시들이 주력하는 건설부문, 즉 운동경기장, 도시고속도로, 쇼핑몰, 그리고 테마공원과 같은 관광 및 위락지구 등을 갖춘 곳이 창조지역은 아니다. 이것들은 실제로 창조적 계층에게는 무의미하거나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창조적 계층이 살고 싶어하는 곳은 풍부한 양질의 경험, 모든 종류의 다양성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조적 사람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는 기회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창조지역 만들기를 지향하는 지역에서는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말이다.

 

 지역 발전, 창조지역 만들기는 결국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을 만드는 일이고 대부분의 인재들은 서울 같은 도시에서 누릴 수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을 원한다. 작가 이외수 선생이 선택한 강원 화천, 판화가 이철수 선생이 살고 있는 충북 제천 등 여러 사례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새봄을 맞이해 구제역 등의 어려움을 잊고 새로운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살고 싶은 곳,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을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많은 돈을 들여 굵직한 건설사업을 벌이기보다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경험이 가능하고, 외지인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문화가 숨 쉬는 그러한 창조적 농촌지역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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