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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통 터지는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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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한국일보 시론 | 2011년 8월 10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최근 몇몇 채소와 과일 값의 급등세를 두고 농산물이 물가불안의 주범인 양 또 요란을 떨고 있다. 성장과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정부는 물가불안이 심해지자 당장 뛰는 가격을 잡으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휴게소의 두더지 잡기 게임이 연상된다. 언론은 농산물가격이 떨어져 농심이 멍드는데 관심을 보이기보다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가장 낮았던 때와 비교해 몇십%나 올랐다는 식으로 보도해 소비자와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 쌀은 1.4%, 돼지고기는 0.8%, 배추는 0.2%로 품목에서는 더더욱 미미하다. 가격이 순간 올라도 실제 물가 견인 효과는 아주 작다는 것을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 상승과 하락 시 적용하는 '%의 심리적 마력', 즉 착시현상이다. 2008년 배추 도매 값이 3개들이 망당 3,000원대에서 작년말 최고 1만원 정도로 3배 이상 상승했는데, 금년 4월 이후 폭락해 3,000원 아래로 떨어져 70% 떨어졌다. 최근 다시 7,000원대가 되어 50%나 상승했다. 가격이 올라 원상태로 돌아왔음에도 3배 상승과 70% 하락은 심리적인 반응이 전혀 다르다. 착시현상이다. 등락이 심한 농산물에 대해 언론은 % 마력에 빠져 부지불식간 소비자를 자극하고 있다. 생산비를 겨우 건지는 원래 상태로 돌아와도 가격상승으로 물가가 불안하다니 농민들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태생적 속성이 다르고 가격결정 원리가 다르다는 것을 정부, 정치, 언론 모두 분명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을진데, 왜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지 안타깝다. 공산품은 기업이 생산해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해 판매하는 원가베이스 가격결정방식이다. 대부분 공산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서비스요금도 마찬기지다. 하방경직성이다.

 

반면 농산물, 특히 날씨영향을 많이 받고 부패가 심한 청과물 가격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또는 특정한 때 시장에 출하되어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수급실세가격으로 가격변동이 심하고 심지어 기상이변으로 불규칙변동도 많이 발생한다. 그래도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도 가격등락을 막아 공산품처럼 안정시킬 수 없다. 어느 정도의 등락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시장자율기능을 최대한 존중하고, 시장실패가 발생할 때 적절하게 시장개입을 하여 시장실패를 보정하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끌고 가면 시장은 오히려 더 왜곡된다. 매일매일의 시장가격 변동은 웬만하면 시장에 맡겨도 된다. 정부는 최소한의 수급 및 유통 안정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급등락이 심하다 싶으면 일시적인 시장개입으로 안정을 찾도록 유도하면 된다. 산지에서는 협동조합과 민간산지유통인들의 경쟁구조를, 소비지에서는 도매시장유통과 대형유통업체의 산지직거래와 경쟁구조를 유도해 소비자와 생산농민들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면 된다.

 

특히 2010년 기준 곡물자급률 26.7%, 식량(식용곡물)자급률 54.9%, 칼로리자급률 50.1%로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어 농산물 공급과 가격의 수입산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국민 영양의 절반이 수입산에 달려 있어 정부의 단기대책들로는 원하는 답을 찾기 어렵다. 식품안보 차원에서 농산물의 국내 생산기반 유지도 중요한 정책적 관심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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