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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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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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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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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2011년 8월 22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내 산업분야 가운데 고등학교부터 산업인력체계를 가진 분야는 많지 않다. 정부 부처를 보면 농림수산식품부 외에는 제조업·정보통신분야 고등학교를 가진 곳은 지식경제부밖에 없다. 문화, 환경, 보건, 복지 등 대다수 분야는 해당 산업인력을 대학 이후 단계에서나 양성할 수 있다. 그래서 학교교육에서 해당 산업의 논리를 교과서나 각종 체험활동에 반영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농업분야는 과연 농업계 학교에 대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을까?

 

 인력의 주요 보급처로서 농업분야는 50여개 농업계 학교를 보유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농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학교나 학과 명칭 변화로 대변되는 탈농 기조 속에 대다수 농업계 학교가 농업보다는 비농업 인력 육성기관으로 탈바꿈했다. 130개에 이르던 농업고등학교는 30개 미만으로 줄고, 역사적으로 대부분 지방국립대의 모태인 농업계 대학은 현재 20여개 남짓 남아 있다. 이마저도 전통적 농업 전공을 포기하고 농관련이나 생명·나노·환경 등 신성장분야로 전환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 졸업생 진로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탈농의 움직임이 두드러져 신규 교사나 교수를 채용할 때도 생산농업 전공자보다는 신성장분야 전공자를 우선 채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남아 있는 농업계 학교조차 명칭만으로는 농업계를 구분하기 힘들고, 실제 프로그램도 점차 영농 현장과는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일각에서는 농업계 학교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졸업생의 5%도 되지 않는 농업인력을 배출하고, 학습능력이 처지는 학생만 들어오는 농업계 학교에 더 투자가 필요하냐는 얘기다. 그리고 농업이 할 만한 산업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기에, 미래인력에 대한 투자보다는 현재 농업의 구조개선·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농업계 인사들도 이에 동조하는 듯하다. 실제 이는 농업계 학교에 대한 매우 미미한 투자로 이어져, 전체 인력예산의 0.5%도 안 되는 돈이 투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제는 대다수 농업계 학생들이 농업을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서 제대로 고민해 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졸업하고 있다.

 

 농업계 학생들에 대한 투자는 당장의 영농인력 배출에도 일부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농촌으로 돌아올 인적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귀농자를 포함한 신규 취농자 대다수가 농촌 출신자였다. 학창시절 농업을 경험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 농촌에 들어오기란 힘들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크고, 이는 학창시절부터 조금씩 허물지 않으면 해소되기 힘들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업계 학생들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 투자는 농업에 관심도 없는 학생들을 농업분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 아니다. 농업에 적성을 가진 학생, 농업에 자신의 미래를 던지고 싶은 학생조차도 농장 한번 가 보지 못하고, 성공한 농업인을 만나 자신의 미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은 막아 보자는 것이다. 묵묵히 농업교육 현장을 지키며, 생산농업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인적·물적자원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이런 학교 중에 생산농업과 관련한 인력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할 의지와 자원을 가지고 있는 학교를 엄선해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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