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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식량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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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영훈
 KREI논단| 2011년 12월 20일
김 영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우리 정부는 즉각 비상관리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도 북한 내부의 변화 조짐을 포착하려 촉각을 곤두세웠다. 절대적 리더십이 사라진 북한의 권력 판도에 커다란 공백이 조성되고 그 공백을 속히 메우지 못한다면, 북한의 급변사태는 더 이상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후의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것은 17일 아침이고 발표는 19일 정오이다. 사망에서 발표까지 만 이틀이 걸렸다. 그 사이 북한 내 특이동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것은 사망을 발표하기 전 수습해 놓아야 할 중요한 사안에 대한 정리가 북한 권력체계 내부에서 큰 말썽 없이 종료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망 발표 후에도 북한은 안정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판단할 때, 애도정국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북한은 우리가 우려하는 외부 도발보다는 내부에서 새로운 권력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도 안정을 강력히 희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 일본은 즉각적으로 조의를 표하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도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교체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표명했다. 특히 미국은 김정일 사망이 알려지기 전에,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대북 식량지원 재개에 관한 북미회담 성과를 논평하며 나흘 후(22일) 개최될 베이징 회담에서의 타결소식을 미리 예고한 바 있다. 이 상황은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의 해빙을 점치게 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북한 내부 정국의 안정과 주변국들의 희망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환경이 급격히 요동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관해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사망과 맞물려 어려운 상황이 증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부족 문제는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올해 10월 북한의 작황을 현지에서 조사한 국제기구(FAO/WFP) 실사단은 11월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분석해 보면 식량부족 문제가 심화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올해 주작목의 수확은 종료되었으며 작황은 비교적 좋았다.

  

  우선 벼 수량은 ha당 4.34톤으로 작년 4.26톤에 비해 약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배면적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벼 생산량도 작년에 비해 2% 증가한 248만 톤(쌀 161만 톤)으로 보고되었다. 생산량 증가는 주로 비료 투입의 증가, 관개와 농업동력 상황의 호전 등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업투입재의 증가분만큼 생산 증가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 주 이유는 기후불순으로 투입증가 효과가 잠식되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옥수수의 재배 여건 역시 벼와 다르지 않았다. 여름철의 침수, 일조량 부족, 태풍으로 인한 수분 저조 등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평균 수량은 ha당 약 3.7톤으로 작년의 3.3톤에 비해 10% 정도 증가했다. 높아진 수량의 결과 올해 옥수수 생산량은 186만 톤으로 작년에 비해 약 11% 증가했다.

  

  2011년 주수확기의 감자 생산량은 약 12만 2천 톤(곡물 환산치)으로 작년에 비해 29% 감소했다. 2012년 봄감자는 씨감자 부족으로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국제기구 조사단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씨감자 공급은 수요의 60% 이하에 불과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는 농촌 현장에서도 확인되고 있으며 부족한 씨감자는 수입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겨울밀도 2010년에 비해 종자가 부족하다. 겨울밀 파종 면적도 목표치의 6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종하지 못한 밭에는 봄보리 종자를 수입하여 파종해야 한다. 계획된 종자 수입과 적기 파종이 실현된다면 2011/12년 밀과 보리 생산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기구(FAO/WFP)는 내년 전반기에 생산될 밀, 보리, 감자를 더하여 2011/12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약 466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올해에 비해 8.5% 가량 증가한 것이다.

  

  북한의 연간 곡물 소요량은 540만 톤이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74만 톤의 곡물을 도입해야 한다. 올해 도입요구량이 108만 톤에 달했다는 사실과 비교할 때 내년의 식량사정은 부족한 가운데 호전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국제기구 실사단에게 향후 32만 톤 이상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곡물의 수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부족한 식량의 양은 41만여 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식량부족에 직접 노출되는 취약계층의 수도 크게 줄어들어 북한 당국의 부담은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식량수급 상황에서 24만 톤의 대북 식량지원 약속이 포함된 북미회담이 재개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유화조치와 지원이 뒤따른다면, 북한의 식량사정과 경제상황은 더 개선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누구보다도 북한이다. 북한은 현재 절대 권력자의 사망이라는 엄혹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상황은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히려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만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은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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