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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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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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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KREI 논단| 2012년 6월 19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락시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농산물 시세를 언급할 때 가락시장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가락시장의 드높은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거래 규모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매시장 중의 하나이니 세계적인 도매시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5년 개장한 가락시장은 국고가 투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영도매시장으로 건설에 해외차관까지 투입될 정도로 핵심적인 정부 정책으로 건립된 시장이다. 농산물이 거래되는 공영도매시장이 전국에 32개 운영되고 있지만 전체 도매시장 거래량 중 가락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가락시장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청과물 생산량의 약 1/2이 공영도매시장을 경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가락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청과물의 17%를 취급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에 불과할 뿐 품목이나 시기를 고려하면 다소 복잡하다. 주요 품목의 전국 생산량 대비 가락시장 취급량 비중은 2010년 기준 배추 13%, 무 18%, 양파 13%, 사과 9%, 배 6%, 포도 9%, 수박 9%, 딸기 7%, 토마토 14% 등이다. 품목에 따라서는 가락시장의 취급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하여 가락시장의 가격이 전국의 시세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가락시장의 취급비중이 높지 않은 품목은 경우에 따라서 가락시장의 시세가 시장 전반의 시세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특히 대형마트의 가격 정책에 의해 가락시장의 시세가 좌우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형마트의 농산물 취급 비중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15%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형마트는 배추 등은 취급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과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아 일률적으로 비중을 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특정 품목의 판촉행사를 진행하면 가락시장 가격이 상승한다고 하는데 그 원리는 이렇다. 대형마트의 판촉행사로 취급량이 증가하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산지유통조직은 출하량을 전부 대형마트에 납품하고도 물량이 부족해 도매시장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산지유통조직이 도매시장에 출하하던 물량이 도매시장에 반입되지 않아 물량이 부족한데다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한 수요까지 더해져 도매시장 시세는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다.

   

  대형마트 판촉행사 시에는 납품 단가를 낮추기 때문에 산지유통조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납품한다.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판촉행사로 낮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도매시장만 거래량이 감소하여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산지 수취가도 하락하고 소비자 구매가도 하락하는데 유독 도매가격만 상승하는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품목을 바꿔 가며 농산물의 판촉행사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어 도매가격 왜곡이 일시적 현상이라 보기 어렵다.

    

  지금 가락시장은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가 완료되면 앞서 언급했던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까? 도매시장이 경매 중심의 경직적인 거래제도를 고집한다면 시설이 현대화된다고 해도 취급비중이 하락하고 가격을 왜곡시키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농산물의 거래는 적어도 한 달 동안은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형마트가 그러하고, 기업형 급식업체가 그러하다. 서양의 선진국 도매시장의 대부분은 장기 예약 거래에 적합한 시장도매인제도를 선택하고 있다. 경매 위주였던 일본 도매시장도 수년 전부터 경매 비중이 10% 미만으로 하락하여 정가?수의매매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다.

  

  가락시장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게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날그날 반입량에 따라 물량과 가격이 등락하는 경매 위주의 불안정한 거래로는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 가락시장의 현대화에는 7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10년에 가까운 시일이 소요된다.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다면 수천억 원을 투입하고도 중심 도매시장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시설의 현대화와 함께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고, 정가·수의매매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거래제도의 혁신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가락시장의 건립이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유통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듯이 가락시장의 현대화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도매시장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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