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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업의 성장경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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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2012년  10월  4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 실적은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이 이룩했던 ‘성장의 기적’을 능가하는 것으로 흔히 ‘중국의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이 10%라니 이러한 성장은 세계 경제성장 역사상 초유의 일로서 아무리 칭송해도 과하지 않다.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성장엔진의 역할을 수행 중인 중국 경제의 비상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덩샤오핑 시대의 경제개발전략에서 그 단초가 마련되었고 농업부문의 개혁과 성장이 동력이자 출발점이었다.

 

  중국 농업은 농가토지도급경영제 시행을 골자로 한 제도개혁과 일련의 추가적인 개혁 조치를 통해 일대 비약을 이룩하였다. 1978년 이후 32년 동안 중국 농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6.1%에 달하는데 이러한 성장 실적 또한 세계 농업성장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의 기적'에 견주어 기꺼이 '중국 농업의 기적'이라 칭송할만하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 초기에 공업부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업부문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슐츠(T.Schultz)의 지적대로 중국 농업의 발전이 중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 농업의 성장은 흔히 단기간에 기아(饑餓)의 단계에서 포식(飽食)의 단계로 이행한 성공적인 성장 모델로 평가받는다. 중국이 1960년대 초 대약진운동을 전개하던 시기에 연간 2천여 만 명이 아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러한 평가에 쉽게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 농업의 성장은 노동생산성보다 토지생산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토지자원이 부족한 반면 노동력은 풍부한 중국의 자원부존 조건이 충실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개혁개방 이전에는 노동생산성의 희생 하에 토지생산성이 농업 성장을 견인하였다면, 개혁개방 이후에는 노동생산성과 토지생산성이 동시에 농업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점차 노동생산성의 증가율이 토지생산성의 증가율을 추월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농업에서 노동생산성의 성장은 토지/노동 비율의 증가가 크게 기여하였다. 토지/노동 비율은 개혁개방 이후 경지면적의 변화가 적은 가운데 1980년대 말 까지는 농업노동력이 증가로 감소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증가 추세로 전환되어 ‘V’자형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농업노동력이 빠른 속도로 감소함에 따라 토지/노동 비율은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추세로 볼때 중국 농업은 1990년대 초반을 전환점으로 하여 경제학자인 야마다(Yamada)가 제시한 아시아형의 'S'자형 농업성장경로에서 토지/노동 비율이 증가 추세로 전환되는 시점인 3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농업이 1970년대 중반에 3단계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농업 성장은 우리나라 농업과 비교하여 약 20여 년의 시간 격차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농업의 요소생산성과 요소대체관계의 변화는 중국 농업이 전통 농업에서 현대 농업으로 전환중이며, 토지/노동 비율의 증가를 통한 노동생산성의 향상 추세는 향후 노동투입이 농업성장경로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 경제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생산 비중은 2010년 기준 10.1%로 가장 낮은 반면 고용 비중은 36.7%로 가장 높아 고용구조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농업국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는 고용구조의 비전형화(非典型化) 현상이 특징이지만 경제발전의 일반법칙이 관철되는 한 농업부문의 고용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농업취업자 수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중이다. 농업노동력의 고령화와 부녀화, 농번기 노동력 부족 현상은 이미 중국 농촌지역에서 일반화된 추세이다.

 

  중국 농업은 성장 단계상 노동생산성이 성장을 주도하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고, 중간투입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고비용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농업노동임금, 토지용역비 그리고 경상투입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 추세가 관찰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농업의 성장단계가 좀 더 고도화되면서 본원적인 생산요소이든 경상투입재이든 생산요소 가격의 상승으로 생산비 절감이 용이하지 않은 고생산비 구조가 고착화되면 중국 농산물이 저렴한 노동비용과 토지가격에 기초하여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중국은 넓은 국토면적과 다양한 기후?토양?지형 조건으로 인해 농업 성장의 지역 간 격차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점에서 중국을 단일 지역으로 통합하여 인식하는 경우 자연지리조건, 자원부존조건, 사회경제조건이 상이한 다양한 지역들이 동질화되고 지역 간 차이도 평균화되어 자칫 중국의 농업 성장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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