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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주부의 김장 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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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국민일보 쿠키뉴스 | 2012년 11월 15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김장채소와 관련한 기사가 많이 나고 있다. 배추나 무 등 김장채소 수급에 크게 문제가 생겨 김장을 담그는 주부들에게 비용부담이 클 것이라는 보도가 주를 이룬다. 농업관측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좀 더 신중하게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올해 가을배추와 무 재배면적은 작년이나 평년보다 적게 심겨지고 적게 생산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은 맞다. 작년에는 1990년도 초반 이후 최대의 면적에서 재배되어 자연히 생산량도 많았기 때문에 시장가격도 아주 낮아 김장부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예외적이었다. 그러기에 올해 가을배추, 무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20% 정도 적게 심겨졌으나 평년에 비해서는 각각 5%, 8% 적은데 불과하다. 물론 단순 비교로는 지난해에 비해 재배량이 적어 가격이 오를 수 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 비교가 진실은 아닐 수 있다.

 

  김장배추와 무 생산량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가 작황이다. 올해에는 파종기인 8월 말, 9월 초 3개의 태풍으로 파종면적이 줄어든 데다 파종시기가 1주일 이상 늦어져 생육속도가 느려 수확량이 작년이나 평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적절하게 단비도 내리고 생육온도도 알맞아 작황이 상당히 좋아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김장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추와 무만이 아니다. 김장김치에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추와 마늘 생산량도 작년에 비해 각각 30% 내외, 15% 늘어나 결국 김장채소 담그는 부담이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번에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을배추, 무의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소비자들의 김장채소 구입비용 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산지 현장지원단을 운영하여 김장배추 10% 증산대책을 추진하고 더 많이 심겨진 겨울배추를 당겨서 출하하는 등의 대책이 그것이다.

 

  겨울을 대비하는 주부들의 가장 큰 행사가 김장이다. 재료값이 많이 오른다고 해도 늘 김장을 하던 가정에서 김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보통 김장은 24절기 중 입동에서 소설 사이에 담근다고 한다. 즉 11월 7일에서 22일 사이가 그 시기인데, 요즘 기후변화를 보면 절기도 조금씩 조절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제 가정에도 김치냉장고가 많이 보급되어 김장을 하는 시기나, 방법이 가정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올해는 주부들에게 1주일에서 열흘 정도 늦춰서 김장하기를 제안한다. 연중행사의 시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겠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때 파종되고 키워진 배추보다는 좋은 날씨에 잘 자란 배추가 1년 김치로 더 맛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재료를 구매하려면 당연히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현명한 주부의 선택은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식탁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덤으로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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