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직접지불제 오남용 우려
3417
기고자 박동규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2월호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논농업 직접지불제(이하 직불제)가 도입된 이후 여러 가지 직불제가 시행되고 있다. 논농업 직불제는 쌀직불제로 확대 개편되었으며, 친환경농업 직불제,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경관보전 직불제, 자유무역협정(FTA)피해보전 직불제, 밭농업 직불제 등이 도입되었다. 농가단위 소득안정 직불제 도입이 논의되었으나 이행상의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탄소 직불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도·농간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직불제를 더욱 확대하여 농가소득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마치 직불제가 농가소득과 농업 문제를 종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직불제를 확대하는 것도 좋지만 누구에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농업정책 기조와 일치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외국은 제한적으로 직불제 도입

 

  직불제는 재정에서 개별 생산자에게 직접 지불하는 소득이전적 보조를 의미한다. 가격정책이나 생산기반 조성, 기술개발 등과 같이 지원의 효과가 간접적이거나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그룹의 농가에게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소득보조 방식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에서 허용하는 직접보조는 생산중립적인 소득보조, 재해보상 지원, 이탈농 지원, 조건불리지역 지원, 환경농업 지원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직불제가 시행되고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조건불리지역 직불제와 친환경농업 직불제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일본에서 농가소득 보전의 중요한 기능을 하는 '농업자 호별 소득보상 제도'는 쌀, 밀, 콩, 메밀 등 주요 전략 작물을 대상으로 국내외 가격 차이와 단위면적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이며, 직불제가 아닌 농산업 정책으로 지칭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자급률 향상과 대외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 하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직불제' 대신에 '소득보상 제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직불제는 농업인에 대한 시혜적 조치이며 생산적이지 않은 정책이라는 납세자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시장을 왜곡시키는 가격지지 정책을 폐지하는 대신에 직불제로 전환하여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즉, 직불제 종류는 가격지지 정책을 대신하는 수준에서 제한적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농가의 경영 위험을 줄여주기 위해 보험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직불제는 농업정책 틀에서 운영

 

  정부는 올해부터 쌀 고정직불금을 ha당 7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인상하였다. 최근의 식량위기와 관련하여 논의 공익적 가치가 올라서일까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고정직불금이 인상되는 만큼 변동직불금이 줄어들므로 농가 수취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즉, 아랫돌을 빼어 윗돌을 얹는 격이다. 하지만 생산과 연계되는 변동직불금이 줄어들수록 벼 재배면적도 줄어들므로 쌀가격은 상승하여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고정직불금 인상에 뒤이어 목표가격 조정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목표가격이 인상되면 농업인은 쌀농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논에 벼를 재배하는 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배면적이 늘어나 쌀 생산량이 많아지지만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쌀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고 쌀 직불금 재정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 쌀 중심의 농업정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 있다. 경영규모가 큰 농가일수록 보조금이 많아진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고령?영세농에게 혜택이 늘어나도록 직불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이른바 고령?영세농 직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    

 

  2012년부터 밭농업 직불제가 도입되었다. 밭에 19개 정책품목을 재배하면 ha당 4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정책품목의 재배면적이 늘어나 자급률이 향상될 것이라는 정책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해당사자인 농업인의 불만도 많다. 예를 들면 참깨는 정책품목인데 들깨는 왜 아니냐고 항변한다. 농가에 지원하는 보조금보다 이행점검을 위한 행정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도 적지 않은 문제이다. 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논에 밀이나 조사료 등을 재배하면 밭농업 직불제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겨울철 논에 밀이나 조사료를 재배하면 경관보전 직불제 지급 조건을 이행하는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직불제 간에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이다.   

 

  많은 농업 문제를 직불제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경영규모의 확대를 통하여 생산비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정책 기조였으므로 면적에 비례하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세·고령농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규모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편하는 것보다는 복지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밀이나 조사료 재배를 유도하기 위해 경관보전 직불제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밭농업 직불제를 개악하는 것보다는 생산정책 즉, 농업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