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촌의 융복합화(食·見·休)와 부가가치 창출
4087
기고자 최세균

 

 
농수축산신문 시론 | 2013년 9월 9일 
최 세 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호주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농업·농촌 활성화를 위해 여러 사람 또는 단체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포도농장(1차산업), 포도주 양조장(2차산업), 식당과 민박(3차산업)으로 이어지는 부가가치 창출구조의 발전이다.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호주의 일부 농촌은 적막하리만큼 사람이 드물지만 농업의 6차산업화로 농촌이 활력을 찾고 있었다.

 호주의 멜버른 근교에는 포도농장과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가 넓게 분포돼 있다. 소규모에서 대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도농장과 양조장에서 여러 품종의 포도로 각자 특색 있는 포도주를 만들고 있다. 포도를 생산하고 이것을 가지고 포도주를 만드는 것은 1차산업과 2차산업의 결합으로 농업인으로서는 생산물의 판로 확보와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로 소득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포도농장과 와이너리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일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멜버른 시민들은 주말이면 근교 와이너리에 가서 포도주를 맛보고, 구입하고,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며 구입한 포도주를 마시고, 더러는 민박에서 하루, 이틀 쉬어 가기도 한다. 이런 활동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일본 미야기현의 한 농촌 마을은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으로 농가식당에서 출발해 반찬류 가공 및 판매 사업에 까지 진출하고 있었다. 초기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농가 식당 운영에 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농가의 아이디어와 신뢰를 바탕으로 대도시 백화점에까지 반찬류를 납품하는 마을 사업을 이루어낸 것이다. 마을 식당을 찾는 손님들 가운데 식탁에서 맛본 반찬을 구입해가는 데에서 시작해 반찬류 판매가 늘어나자 이제는 식당보다 반찬류 판매가 더 큰 사업이 됐다.

 모든 식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소비자의 신뢰을 얻고 지역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었다. 농가 식당 곁에 위치한 지역농산물(로컬푸드) 매장은 농가 식당의 성공에서 얻은 브랜드 가치와 결합해 인근 도시인 센다이시 소비자를 유인하면서 매출액 증가는 물론 지역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등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선한 농산물 섭취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 로컬푸드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생산농가가 조직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재료로 하는 농가식당을 발전시켜 일본 미야기현의 성공사례와 같은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만족도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먹거리 활동에 농촌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 농촌을 찾는 인구도 늘어나고 우리 농촌이 활력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농업·농촌의 역할은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그리고 쉼터를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 과소화 마을이 증가하고 고령화로 활력이 떨어지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농업·농촌은 먹거리 공급이라는 본원적 역할에 다원적 기능을 결합하여 사람을 오게 하고, 머물게 하는 복합산업, 복합공간으로 가꾸어 나가야 한다. 생산자는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확산시켜 나가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