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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건 변화와 대북 농업협력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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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영훈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9월호 
김 영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의 변화

  2008년부터 경색되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5.24조치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얼어붙게 되었다. 그래도 이 기간 동안 유일하게 남북관계를 이어준 것은 개성공단이었다. 그러나 개성공단도 지난 4월초 북측이 근로자들을 철수시키고 남측 인원도 떠날 것을 요구하면서 조업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개성공단의 조업중단은 남북한 관계의 전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공단 가동 중단으로 남북한 양측은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미래에 대해 국민적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조업중단 사태는 지난 8월 14일 남북당국 간 협상 타결로 해결의 길에 들어섰다. 이어서 남북 적십자사는 오랜 기간 중단되었던 이산가족상봉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 전에 인도적 차원의 남북교류가 성사될 예정이다.

  금강산관광사업 처리와 5.24조치 해소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남북관계에 있어 새로운 상황 전개는 반가운 일이다. 남북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대남 태도변화 조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통일부 장관이 재확인한 바 있는 '남북 간 작은 신뢰를 쌓아 보다 큰 협력으로 연결한다'는 우리 대북정책 기조를 조심스럽게 실천에 옮길 준비를 해도 될 것 같다. 농업부문에서도 지난 교류협력사업을 평가하고 보다 효과적인 협력방안을 도출해 차근차근 추진할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다.

2000년대 대북 농업협력의 성과와 개선과제

  북한의 식량위기가 한참 고조되었던 1995년부터 우리나라는 식량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다. 식량은 무상과 차관지원 등 이원적으로 추진되었으며 2007년까지 총 330만 톤을 지원했다. 비료의 경우 1999년부터 인도적 차원의 무상지원으로 추진했는데 2007년까지 지원한 양은 총 250만 톤에 달한다. 당시 '퍼붓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식량과 비료의 지원은 2000년대 초중반 북한의 식량사정을 호전시킨 주된 배경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2000년대에는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NGO와 지자체의 대북 농업지원사업이 활성화되었다. 농업부문에서 활동한 민간단체는 20개 단체가 넘는다. 한편 경기, 강원, 경남, 전남,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대북 농업협력사업을 추진했다. 이들 농업협력사업은 북한의 농촌사회에 인도적 지원과 함께 새로운 농업생산기술 및 농자재도 지원하여 농업생산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략적 접근이 미흡했던 것이다. 식량과 비료지원은 프로그램보다는 상황논리에 의존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간과 지자체의 농업협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여러 긍정적 효과를 낳았지만 평가와 피드백은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당국 간에도 농업협력사업 추진에 대한 협상이 이루어지고 합의에 이르렀으나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당국이 직접 추진하는 만큼 남북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향후 농업협력 방향과 준비

  남북 농업교류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된 목표를 설정한 후 거기에 맞는 협력사업의 형태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북한 농업부문의 현 상황을 고려해 설정할 수 있는 협력사업의 현실적 목표는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문제 해소와 농업생산 증대이다. 그러나 대북 농업협력의 궁극적 목표가 여기에 머물 수는 없다. 북한 농장과 농가의 자립도 중요하고 북한의 경제와 농업의 개혁·개방도 중요하다. 또 농업교류협력의 성과로서 남북한 양측이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에도 기여해야 한다.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지원이다. 1990년대 중후반 식량위기 이후 북한의 식량사정은 호전되었으나, 지금도 여전히 절대부족 상황에 놓여 있다. 더욱이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배급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은 더욱 어려운 사정에 직면해 있다. 이들에 대한 계획적인 지원을 중심으로, 재해 발생에 대한 긴급지원 프로그램과 농업개발협력에 소요되는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농업의 생산 증대와 변화를 도와주는 농업개발협력은 두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 축은 민간이고 또 다른 한 축은 정부이다. 민간의 대북 농업지원사업은 이미 활발히 수행된 바 있으며 그만큼 경험도 축적되어 있다. 민간의 지원사업은 북한의 농촌사회에 직접 들어가 인적교류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점과 북한농업이 안고 있는 고민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물론 지원대상이 되는 농촌과 농업생산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도 된다. 정부는 우리 민간단체를 재정적?기술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평가와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 효과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대북 농업협력사업에서 북한의 농업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열악한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을 복구하는 대규모 지원사업이 있을 수 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북한농업의 변화를 유도하고 상업적 교역과 연결될 수 있는 농업개발협력사업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협력 분야는 농업·농촌기반 정비 및 산림복구 지원, 농업기술 교류협력, 종합적 농업개발협력 등이다.

  어렵게 이어진 남북관계가 향후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남북관계의 개선을 계기로 대북 농업협력사업이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을 위한 점검과 준비는 전문가와 정책담당자들의 몫이다. 또 한 가지 그들이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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