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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산림 협력의 현주소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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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경석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3년 9월호 
박 경 석(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제경영학과)


남북 산림 협력의 현주소와 미래

  분단 60여 년의 시간은 한반도 자연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남한에는 6.25 한국 전쟁에 의한 산림파괴와 무분별한 벌채에 의한 전후 복구자재 공급으로 전국 산림이 민둥산으로 변하였다. 하지만 1970년대 제 1·2차 산림녹화 10개년 계획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새마을 운동을 통해 전 국민이 단결하여 단기간에 민둥산을 푸르른 산림으로 바꾸어 놓았다.
반면 북한은 1990년 이후 공산권 국가의 몰락과 더불어 경제난이 발생하자 식량과 에너지 부족에 따른 지속적인 생계형 산림훼손이 확대되었다. 더욱이 북한 정권이 체제붕괴로 이어질 개혁·개방을 꺼리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식량난과 에너지난은 가중되고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산림황폐화가 지속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산림과학원의 인공위성 사진 분석에 의하면 황폐산림 면적이 1990년 기준 163만 ha에서 2008년에는 284만 ha로 대폭 증가하여 전체 산림면적의 약 32%가 황폐화되었다. 게다가 산림자원이 남아 있는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외화벌이를 위한 무차별적 산림벌채가 자행되고 있어 산림황폐의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다. 북한의 산림황폐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 폭우 시 산사태 발생과 대량 토사유출을 야기시켜 인명피해는 물론 하천 범람에 의한 도로유실, 산업기반시설 파괴, 농경지 매몰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와 경제난 극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홍수 피해에 대해 일시적인 식량과 복구 자재 지원도 필요하지만 남북한 산림협력 강화를 통해 대규모 황폐산림을 조기에 복구함으로써 식량난과 경제난을 보다 근원적으로 완화?극복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남북 산림협력의 성과와 한계는?

  북한 당국도 심각한 산림황폐화를 막기 위해 1992년 산림법을 제정하고, 1996년 국토환경보호성을 신설하여 산림 조성과 산림 보호를 강조하고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경제의 구조적인 붕괴로 인해 식량배급제를 포기할 정도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상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방에서 먹고 살기 위해 자행되는 산지개간, 산림훼손을 막기에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다. 이러한 결과가 세계에서 산지전용이 심한 국가 순위에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북한을 3위에 올려놓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 북한 당국은 남한과 국제사회에 산림복구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등 과거와는 달리 외부 지원을 수용하여 자연재해를 방지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에 1999년에 창설된 남한의 민간단체인 '평화의 숲'이 처음으로 북한 산림복구 지원을 시작하였다. 이후 2007년에 대북 산림복구 지원을 하는 회원단체들이 모여 겨레의 숲을 설립하고, 양묘장 현대화, 조림묘목 및 산림병해충 방제 약제지원, 밤나무단지 조성 등을 10여 년에 걸쳐 활발하게 지원하였다. 그 결과로 북한과 산림복구 지원에 있어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이 2009년 본격적인 산림복구를 시작하기 위해 시범조림 대상지 100ha를 제공한 것도 이러한 결과의 하나이다.

  그러나 2009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남북교류 협력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5.24조치)가 발생하여 4년여가 흘렀다. 안타깝게도 정치적인 남북경색의 장기화로 본격적인 북한 산림복구 조림사업이 시작된다는 기대가 깨지고, 10여 년간의 대북 산림복구 지원으로 이룩한 신뢰관계도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미래의 남북 산림협력의 방향과 과제는?

  산림과학원에서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파악한 북한 황폐산림 면적은 284만 ha로서, 과거 남한이 제 1?2차 치산녹화계획에서 최대 연간 10만 ha를 조림한 실적에 비추어 보면 북한에 최대 연간 10만 ha 조림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도 앞으로 30여 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 시절부터 산림황폐화에 대한 폐해를 인식해 산림자원조성 10개년계획(2001~2010년)을 수립하고, 전국을 수림화?원림화(산림녹화)하기 위해 수종이 좋은 나무를 많이 생산하여 심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앙양묘장을 수차례 현지 지도한 바가 있다. 최근에는 남한의 양묘장 시설 현대화 지원을 받고 나무모(묘목) 생산의 과학화, 공업화를 위한 무동력 회전식 분무장치와 영양단지 나무모(포트묘) 생산방법을 개발하여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3대째 정권세습을 한 김정은도 2012년 4월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10년 내에 산림녹화를 완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와 같이 북한 당국도 산림황폐화 피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수림화에 대한 의지를 강렬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경제난 극복이 없이는 현실적으로 북한 자체 노력만으로 수림화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북한 주민들이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태에서 산림에서의 땔감 채취와 뙈기밭(소토지)에서의 식량조달을 포기하고 능동적으로 나무심기에 참여한다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남한이 북한 황폐산림 복구사업을 남의 일처럼 관망하고 지원을 늦출 수는 없다. 북한 민둥산에 대한 조림사업은 앞으로 30년 이상 계속되어야 하고, 조림 이후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수십 년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산림녹화 사업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고, 비정치적인 녹화사업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작동될 수 있는 '남북 간 합의에 의한 북한 산림복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산림복구 사업은 건강한 한반도 생태계를 복원하여 통일세대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주는 일이다. 북한 산림복구는 통일 이후 쾌적하고 가치 있는 국토환경을 만드는 것으로서 장기간이 소요되고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한동안 중단되었던 남북 산림협력이 재개되어 농업 분야, 에너지 분야 등과의 협업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그린 데탕트를 통한 환경공동체 건설'을 실현하는 북한 산림복구 성공모델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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