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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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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창곤

 

KREI 논단 |  2013년 10월 23일 
전 창 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산물의 수급불균형과 가격불안정은 근본적으로 농산물의 자연 의존적 생산구조, 수요·공급의 비탄력성, 농산물의 상품 및 유통상의 특성, 비효율적 유통구조(비효율적 물류구조, 비경쟁적 시장구조, 산지단계의 조직화·공동화 미흡, 유통단계별 불균형 발전 등) 및 제도적 요인(지속적 시장개방 등) 같은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농산물 생산은 자연조건에 크게 제약을 받기 때문에 생산자의 의지에 관계없이 변동될 수 있으며,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농산물은 일정 기간의 생육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농산물은 종종 수급불균형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근소한 수급불균형에도 큰 가격변동이 초래되곤 한다.

정부는 그동안 농산물, 특히 청과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많은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왔다. 대표적인 정책사업으로는 1995년 농협 중심의 ‘노지채소수급안정사업’을 시작으로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원예농산물 수급안정사업(계약재배사업)이 있다. 그 외에도 시장가격의 폭등락 시 산지폐기, 저장·수매·출하조절 등 단기적 수급안정 대책, 1998년과 2003년에 각각 도입된 유통협약과 유통조절명령제, 2000년에 도입된 자조금제도, 품목별 대표조직 육성사업, 1999년 농업관측사업 등 다양한 정책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산물의 수급불균형과 가격변동에 따른 생산자의 경영불안정, 국민경제 차원의 물가부담 등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면 농산물의 수급 및 안정은 영원히 달성될 수 없으며, 다양한 정책사업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지속적인 불균형과 불안정 상태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산될 수밖에 없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필자는 유통개선의 적정 조건이 구비되면 최소한 불균형과 불안정 정도가 점차 수렴되면서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급 및 가격 불안정을 완화할 수 있는 적정 조건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농산물의 유통과정은 수행되는 유통기능에 따라 흔히 산지유통, 도매유통, 소매유통 등과 같이 시장단계별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의 전반적인 유통체계 개선은 유통흐름에 따른 시장단계(기능)별로 개별적·독립적으로 유통성과가 나타나거나, 단계별 시장에 참여하는 참여주체들이 각각 독립적인 시장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단계별 유통체계는 각각 독립적으로 변화하고 발전될 수 없으며, 상호 연계와 작용 속에서 규정되기 때문에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연결되는 유통과정의 특정 단계만 집중투자나 발전이 이루어지거나 특정 단계만 불균형적으로 낙후되는 것은 결코 전체 농산물 유통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농산물 수급 및 가격불안정 문제의 개선 조건 역시 같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그동안 농산물유통의 문제점, 특히 수급 및 가격불안정의 문제를 지나칠 정도로 산지 유통 문제로만 접근하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즉, 산지 생산자의 조직화와 유통활동의 공동화를 통한 산지의 시장교섭력과 시장지배력 제고만을 농산물 유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을 수 있다. 소비지 유통체계 개선을 외면한 산지 중심의 과도한 조직화나 공동화는 오히려 시장구조를 왜곡시켜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 안정화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산지 생산자는 물론 농산물 최종 수요자인 소비자,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유통업자들의 총 만족도를 가장 높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산물 유통문제(수급 및 가격불안정)의 수렴적 개선을 위해서는 산지와 소비지 간 유통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제 요인의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산지유통체계 개선의 효과가 소비지의 도매단계나 소매단계까지 왜곡됨이 없이 연결되어야 될 것이며, 그 결과 소비지단계에서는 산지단계로 의미 있는 유통개선 방향의 신호가 전달되어 효율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산지와 소비지 유통참여자 간의 팽팽한 시장교섭력 확보, 공정한 가격형성 시스템, 다양한 유통경로 간 경쟁구조 확립, 최종 소비자 지불가격이 왜곡되지 않는 소매유통체계 확립 등을 위해 산지와 소비지 각 유통단계별 현안 문제에 대한 균형 있는 개선 및 투자 배분 대책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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