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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폐업지원사업 시행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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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문한필
KREI 논단 |  2013년 11월 5일 
문 한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올해 FTA 폐업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한우농가의 폐업신청 규모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개월 동안 전체 한우농가의 11%인 1만 5천여 농가가 폐업을 신청했으며, 폐업대상 한우도 25만 마리에 달한다. 한우 사육여건이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되나, 자칫하면 사육기반 안정성을 저해하는 등 한우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폐업지원제도는 『FTA 지원 특별법』 에 의거하여 피해보전직불금의 발동요건을 갖춘 품목 중 시설투자가 이루어진 품목에 한해, 농업인이 폐업을 신청하면 정부가 순이익의 3년치를 폐업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폐업지원금을 받은 농업인은 5년간 동일한 품목을 재배·사육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당초 폐업지원은 폐업 농업인의 작목전환이나 재취업 전까지 안정된 생활기반을 보장하는 동시에 해당 품목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칠레 FTA 당시에도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폐원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지만, 정책효과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전에 폐원대상 품목으로 지정하였던 시설포도, 복숭아, 키위 세 품목의 실제 수입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게 되면서 폐업지원사업은 해당 과일시장의 왜곡과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복숭아는 검역으로 인해 칠레로부터 수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전체 면적의 1/3에 가까운 면적이 폐원됨으로써 시장가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폐원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신규과원이 조성되었다는 점을 들어, 비농업계 일각에서는 FTA 폐원지원사업을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한 정부의 시장개입 사례로 거론하곤 한다. 

그러나 폐원지원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다. 특히 폐업지원금은 폐업농가의 작목전환이 용이하도록 신규 투자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재취업 전까지 농업소득 감소를 보전해줌으로써 제조업 분야의 실업수당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또한 한계농을 대상으로 폐업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남아있는 농가의 생산성이 고정된 상태에서도 해당 품목의 평균생산성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그러나 폐업지원제는 적정 생산기반, 생산자원의 재활용, 풍선효과, 도덕적 해이 등 다양한 문제들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한 집행과 엄격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현행 폐업지원제는 한·칠레 FTA 대책 당시 과수분야를 대상으로 수립된 시행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사항에서 축산분야와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축산물 폐업지원금 산출방식이나 축사시설에 대한 규제 또는 보상 방안 등에 대한 논란도 이와 관련이 있다. 폐업지원제가 축산분야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향후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제학 이론에 비추어 보면, FTA 관세인하 상황에서 정부가 폐업지원을 하면, 인위적인 공급감소를 유도함으로써 국산 농산물의 시장가격은 지지받는 대신 시장균형물량은 감소하여 오히려 수입을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이 폐업에 따른 기대수익 손실을 보상하는 방식은 과다한 폐업수요를 창출하여 생산자와 소비자 후생을 모두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까닭에 장기적인 폐업보상보다는 폐업에 소요되는 직접비용을 지원하거나 폐업에 필요한 컨설팅을 지원하는 ‘폐업원활화 지원사업’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FTA 이행이 진행될수록 품목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폐업을 희망하는 농업인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폐업지원제’가 ‘폐업원활화 지원사업’으로 개편된다면 현재 5년으로 정해진 운용기간을 FTA 관세인하 기간과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폐업지원사업의 시행을 앞두고 우리 농업계 전체가 상기해야 할 점은 지난 수년간 쌀직불금 부당수령 문제와 관련된 비판이 지속되면서 농업분야 재정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와 한우농가 모두 이번 폐업지원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폐업지원금 부당수령이나 위장폐업, 사후관리 부실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FTA 폐업지원이 수입피해로 좌절한 농업인에게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유의미한 정책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여기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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