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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생산안정제와 적정 사육마릿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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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농수축산신문 시론| 2013년 12월 23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육우 부문에서 수급안정 및 가격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책으로는 단 하나의 정책이 송아지생산안정제이다. 그런데 송아지생산안정제 마저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2012년 2월에 송아지생산안정제 사업의 내용을 변경해 송아지생산안정 자금을 가임암소 마릿수와 연계시켜 차등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사육마릿수와 관계없이 30만원을 지급하던 송아지생산안정 자금을 가임암소수와 연계해 가임암소 마릿수가 90만마리 미만일 경우에는 마리당 40만원을 지급하고, 가임암소 숫자에 따라 점차 지급액이 낮아지다가 110만마리 이상이면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수급안정을 위한 암소의 적정사육마릿수를 90만마리에서 110만 마리 이하로 본 것이다. 

  실제 2012년도 당시 가임암소 마릿수는 110만마리를 훨씬 넘은 상황이었다. 농가입장에서 보면 송아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전국적인 가임암소가 많아 지원을 못 받게 된 것이다. 이후 번식농가를 중심으로 이탈이 발생해 이제는 사육마릿수 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적정 마릿수 또는 적정 가격이라는 의미는 매우 모호하다. 흔히 사용하는 적정 가격의 의미로 첫째 기업 또는 농가가 소득을 확보해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가격을 의미하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로 경쟁력을 가질만한 가격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적정 사육마릿수의 개념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경우에는 축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육마릿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환경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의 사육마릿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소득을 확보해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의 사육마릿수로 볼 수도 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가격안정화를 위한 사육마릿수로 보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말하는 한육우 적정사육마릿수란 정부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 조절을 통해 관리하려는 정부의 ‘관리목표 마릿수’의 개념에 가깝다.  

  이처럼 적정 사육마릿수, 적정 가격, 계획생산과 같은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앞에 붙어있는 적정이라는 용어는 일견 근사해 보이지만,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적정이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들 사용하는 것 같다. 

  적정 사육마릿수가 적정한 가격을 전제로 하는 가축 사육마릿수로 본다면 그 가격 수준이 또한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가격 수준인지에 따라 적정 사육마릿수의 수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우가격이 가격경쟁력을 가지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해석한다고 치자. 미국산이나 캐나다산,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한우고기 가격에 비해 반 이하의 수준이기 때문에 그 가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사육마릿수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결국 현실성이 결여돼 의미가 없는 숫자가 되어 버린다. 

  일정한 소득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마릿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어느 정도 의미를 가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같은 품목 내의 부문 간 균형을 고려해 적정 사육마릿수를 산출해야 한다. 예를 든다면 한우의 경우 번식부문과 비육부문이 있다. 두 부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전제로 하는 적정 사육마릿수라고 정의한다면 정책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법도 하다. 

  번식과 비육 두 부문 간 균형소득을 나타내는 지표로 필자는 ‘마리당 월간 소득’이라는 지표를 자주 이용한다. 이 마리당 월간 소득이 재생산 가능한 수준 이상이 될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고 본다. 만일 번식소득이 비육소득 보다 높다면 번식에 치중하게 될 것이므로 앞으로 사육마릿수는 증가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비육해 출하하는 비율이 높아져 결국 사육마릿수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문 내의 변화는 곧 가격의 변동과 직결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적정마릿수 산출에 있어서는 공급측면만 고려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의 변동에 따라서도 적정마릿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구제역이나 원전 사고 같은 수요 측 변동요인이 많은 시기에는 더더욱 적정 마릿수 산출이 어려워진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경제 용어 중에는 ‘적정(Optimum)’ 처럼 멋진 말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말들이 가지는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사용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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