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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점과 발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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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병옥
농업정보신문 기고 |  2013년 12월 23일 
최 병 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몇 년 사이에 채소류를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변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에 적합한 재배면적이 확보되지 않아 공급량이 증가 또는 감소하여 시장가격이 변동하는 것이다. 또한 재배면적은 일정하지만 기상여건이 좋아 급량이 증가하거나 반대로 갑작스런 기상재해, 병충해 등이 발생하여 감소할 경우에도 시장 가격은 변동한다. 

농산물 가격은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 기후와 같은 외생변수로 인하여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와 시장도 일정 수준의 가격변동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은 유통경로의 특성에 따라 변동성의 크기가 다르게 나타난다. 상장경매에 의해서 가격이 발견되는 도매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물량이 부족하거나 과잉일 때 시장 가격이 더 상승하거나 더 하락하는 특성이 있다. 한편으로 계약재배를 지향하는 직거래, 대형유통업체, 식품기업 등의 유통경로는 소비가 이루어지기 전에 가격을 결정하므로 도매시장 가격변동을 참고하여 거래하고 있다. 즉, 거래시점의 시장가격이 일반적으로 ±30% 범위를 벗어날 경우 계약내용에 따라서 이익과 손실을 보전하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농산물 유통구조의 문제는 가격으로 대변될 수 있다. 왜냐하면 생산자 수취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의 괴리가 클수록 유통과정에서 특정 경제 주체의 과다 이윤 추구, 많고 복잡한 유통단계, 높은 물류비 등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농산물 유통문제는 유통경로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도매시장 경로는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약 50% 정도를 담당하기 때문에 대표적 유통경로라고 할 수 있다. 도매시장 유통경로의 문제점으로는 상장경매 위주의 경직적인 거래제도, 비효율적인 물류체계, 중도매인의 영세성, 낙후된 시설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이 거래되는 곳이므로 유통효율성이 가장 높아야 하지만 농안법에 의하여 규제되기 때문에 제도권과 민간자본이 조화를 이루기 어려워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농산물 유통경로는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약 46%를 담당하는 대형유통업체, 식품가공업체, 단체급식 업체 등의 경로이다. 최근 유통산업 발전법으로 대형유통업체의 신규출점이 어려워지고 있으나 SSM, 편의점 등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유통경로의 문제점은 거래의 공정성으로 대표될 수 있다. 대형유통업체는 물류센터 중심의 유통경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화된 물량을 지속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산지유통업체가 납품하고 있지만, 판매 장려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 높은 수준의 물류센터 이용료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거래가 약 4%의 유통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는 친환경농산물을 중심으로 생협, 농협 등의 소비자 단체 및 생산자 단체가 계약재배를 바탕으로 주도하고 있어 농가 수취가격 향상, 가격 안정성, 높은 품질 수준 등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영세규모의 생산자 및 소비자 단체는 직매장 설치 및 운영의 어려움, 자체 물류센터 부재로 높은 물류비용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의 지속적 발전과 건강한 유통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주산지 위주의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와 농협, 영농조합법인 등의 산지유통조직 육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지 유통경로인 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직거래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도매시장은 중앙도매시장과 지방 도매시장을 구분하여 정비되어야 한다. 중앙도매시장은 유통환경 변화에 적합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바탕으로 가격발견 방식의 다양화, 저장 및 가공분야의 물류시설 확충, 하역체계의 개선, 중도매인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마련되어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강서시장은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하여 정가·수의 매매 방식으로 가격을 발견하고 있어 가격안정을 희망하는 출하자와 구매자의 호응이 높지만 정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산법인 설립 등으로 단점이 보완되어야 한다. 농산물 취급량이 낮은 지방도매시장은 규제를 완화하여 해당지역 로컬푸드를 주체로 육성되어 유통단계 축소, 물류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유통업체 유통경로는 거래의 불공정을 초래하는 부당한 납품 행위, 높은 수수료 등이 개선되어야 한다. 유통기업의 개별적 시장행위는 이윤 최대화가 목표이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개선될 수 있도록 관리 및 감독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정부는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를 관리하기 위하여 불공정 거래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납품업체가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를 적극적으로 신고하기 어렵다. 대형유통업체가 산지유통조직의 지속적 성장을 유도하고 유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판매수수료, 납품조건, 반품처리, 물류비용 등이 명시된 가칭 상생협력 표준거래 계약서를 제작하고 유통업체가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여야 한다. 

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고 유통단계와 물류비용 감소로 농가수취 가격 증대, 소비자 판매가격 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직매장, 직거래 장터 등이 사회적 운동 개념으로 확산되어 친환경농산물 소비촉진, 유통비용 절감 등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산물 유통업자가 아닌 생산자와 생산자 단체가 참여 및 운영하는 직매장, 직거래 장터 등이 빠르게 확산되어 유통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농산물 유통환경은 세계 여러 국가와 FTA 추진으로 자유무역의 확대, 기업자본의 참여, 소비자 니즈의 확대 등 끊임없는 변화를 겪기 때문에 지속적·체계적 정비가 필요하고 정부의 역할도 커지게 된다. 농산물 유통체계가 시대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산자, 소비자, 관련 기업, 학계, 정부 및 연구기관 등의 지속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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