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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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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농업협력의 질적 제고의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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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장
KREI 논단 |  2013년 12월 31일 
허 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6년 7억 원이던 농식품부의 국제협력 예산이 2013년에는 130억 원 가까이 늘어났다. 다른 선진 공여국이나 원조 전담기관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이지만 부처별로 볼 때 보건 분야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전체 ODA 중에서도 농림업 분야는 해마다 6~9%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개발협력 예산이 늘어남에 따라 그 절대적 액수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농식품부가 수행하는 사업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개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과 세미나, 초청연수 등으로 시작해서 단기간의 프로젝트 사업이 실시되어 오다가 2012년부터는 모든 사업이 3년 이상의 중기 사업으로 전환되었다. 최근에는 타당성조사를 비롯해서 FAO나 IFAD 등 국제기구, 게이츠재단 등 국제 NGO와의 공동사업, 종료사업에 대한 평가사업, 그리고 식량안보를 위한 컨설팅 사업 등도 시작되었다.

사업대상국도 다변화되었다. 동남아시아와 몽골에서 서진(西進)하여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이제는 가나, DR콩고, 에티오피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도 많이 진출하였다. 농식품부 예산은 아니지만 농촌진흥청은 이미 파라과이 등 중남미 여러 나라에 해외농업기술센터를 설치하였고, 조만간 이 지역까지 연구개발협력 네트워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산림청은 이미 2012년에 AFoCo라고 하는 국제기구를 만들어 아시아 지역 산림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2013년에 농식품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제농업협력사업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국제농업협력사업 발전방안 : 농림분야 ODA 중심으로」(2013.8)를 발표하였다. 여기서는 개도국의 농업, 농촌발전을 지원하고 우리와의 상생협력 관계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① 사업발굴 체계 및 추진절차 개선, ② 패키지형 사업 활성화 및 유관기관 연계협력 확대, ③ 수원국(受援國) 정부 및 주민의 주체적 참여 강화, ④ 사후관리, 평가 및 환류체계 구축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하였다.

농업분야 협력사업의 양적인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중장기 발전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농업 개발협력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어 가고 있다고 하겠다. 2014년은 국제농업 개발협력 도약을 위한 한 해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우선은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협력사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3년 이상의 중장기 사업이 기획되고 추진되면서 사업기간이나 규모 등 형태면에서 타 부처의 협력사업과의 차별성이 약화될 수 있다. 농업․농촌개발 조직, 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개도국 농업부문의 성장과 농촌빈곤 감소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대형 농업용 수자원 댐이나 RPC, LPC 등 농축산물 가공시설의 건축과 같은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는 사후관리에 대한 부담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이미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개발은행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사업들이다. 그보다는 군 단위 이하의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주산물 기술보급용 시범포 건설, 인구 500명 정도 규모 마을에 대한 새마을운동 같은 주민 자치조직 주도의 마을개발에 대한 지원, 소금융(microcredit)이나 작목반 조직화 등 농업서비스의 제공 등이 필요하다. 즉 기술협력(technical assistance) 위주의 중소규모 시범사업 위주로 나아가야 한다. 

또 하나는  협력사업의 품질관리(management)와 국민에 대한 책무성(accountability) 강화이다. 협력사업 내용의 전문성을 살려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이제는 사업추진 자체가 국제적 규범이나 관행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이 모아 준 세금으로 시행되는 협력사업이 당초의 목적과 사업목표에 잘 부합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이는 개별사업뿐만 아니라 농식품부의 국제협력사업 관련 정책과 전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잘 설정된 모니터링 틀과 평가지표를 가지고 점검, 평가를 수행한 뒤 얻은 교훈으로 보다 체계화, 효율화된 사업과 정책을 구상하여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평가 조직을 상설화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2014년에 꼭 시행되었으면 하는 것은 시범적으로나마 농업․농촌개발협력 관련 기관들이 각자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공동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어떤 국가와 사업지구를 선정해서 기관, 조직별 전문분야를 담당하는 방식의 다분야 종합적 협력방식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다. 이미 농식품부는 미얀마를 대상으로 이러한 협업방식의 사업추진을 기획하고 있다. 기관별 예산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고 대상국가에 대한 우선순위가 다르며 협력사업의 추진경험도 상이하다는 점 등 산적한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하지 않던 일을 시도하면서 따르는 문제는 다 있을 것이다.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연계협력을 통한 사업추진을 기획해 보아야 할 것이다. 

2014년이 국제농업협력사업의 질적 제고를 위한 첫 해가 되려면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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