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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쌀에 대한 2005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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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훈
KREI논단 |  2014년 3월 24일 
김 태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5년 가을 쌀 생산량은 476만 8천 톤으로 전년에 비해 4.6% 감소하였다. 그런데도 수확기 쌀 가격은 전년 대비 13.5%나 급락하였다.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경제이론의 기본인데 그해 수확기 쌀값은 유례없이 하락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원인은 2006년부터 시판될 밥쌀용 수입쌀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었다.

2004년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추가 연장하는 대신 의무도입물량을 늘리고, 과거 가공용으로만 도입하던 것을 밥쌀용으로 일부 시장에 판매하기로 하였다. 2005년 수확기에 밥쌀용 수입쌀이 판매되면 국내 쌀 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농가들과 산지유통업체들 사이에 팽배하였다. 이러한 우려는 벼를 투매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벼를 사서 도정·판매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쌀값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소한의 필요 물량만 매입하였다. 벼을 가진 사람은 시장에 물건을 밀어내고 살 사람은 구매를 꺼리면서 2005년 수확기 가격은 급락하였다. 수확기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정부는 수급이 공급과잉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농협을 통해 14만 4천 톤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듬해 밥쌀용 수입쌀이 판매되었으나 물량이 많지 않았고 대형유통업체들에서도 수입쌀을 판매하지 않아 밥쌀용 수입쌀 도입에 따른 우려는 사려져갔다. 수확기에 벼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산지유통업체들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2006년 5월부터 가격은 급등하였다. 정부는 수확기에 농협을 통해 추가로 매입한 벼를 모두 시장에 방출하였다.

결국 밥쌀용 수입쌀 도입에 대한 불안심리로 인해 2005년 수확기 쌀 시장에 큰 혼란만 발생하였다. 수확기 가격이 급락하면서 싼값에 벼를 판 농민과 산지유통업체들은 큰 손해를 보았으며 정부도 9천억 원의 변동직불금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하였다. 수입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농민, 산지유통업체, 정부 모두가 손해를 보았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혼란 속에 이득을 본 일부 산지유통업체들도 있었을 것이다.

올해는 지난 20년간의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해이다. 정부는 쌀 관세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6월까지 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9월까지 통보할 것이라고 하였다. 쌀 관세화 시 정부가 이야기한 300~500%내외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수입쌀 국내공급가격이 국산 쌀 가격보다 높아져, 현재의 의무도입물량 외 추가로 외국산 쌀이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

쌀 관세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금년 수확기에 2005년과 같은 혼란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농가와 산지유통업체들은 쌀 관세화에 대한 정부의 결정과 관세율 수준을 보고 수입쌀이 국산 쌀보다 저렴하게 팔릴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뒤 수확기 의사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관세화가 되더라도 정부가 제시한 수준의 관세율이라면 가격요인에 의한 추가적인 쌀 수입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고, 성급한 우려로 2005년과 같은 투매 현상과 가격 하락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2014년은 2005년 가을의 경험을 되새겨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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