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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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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수 이용·관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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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KREI 논단 |  2014년 3월 31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3월 22일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을 기념하여 국내외적으로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과 효율적 물 이용·관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물은 농업에서 땅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자연자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을 과도하게 이용할 경우 “물 쓰듯 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물은 충분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물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 현상으로 이해되는 100년 빈도의 국지적 가뭄과 홍수의 빈발 등으로 물 문제가 중요해지고 안정적 농업용수 확보와 농업수리시설의 체계적 이용·관리 등 재해 대응 능력의 제고가 농업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도시화·산업화의 진전 속에서 추가적인 생활용수, 공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이 필요하지만, 환경 문제 등으로 신규 댐 건설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역단위 통합적 물관리 체계 도입, 물 이용 효율화와 절약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영농기에 접어든다. 봄 가뭄 대응 여부가 일년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듯이 안정적 농업용수의 확보와 공급이 중요한 시점이다. 농업을 위한 안정적 용수 확보와 공급 기반 마련, 더불어 우리나라 전체 물 사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이용을 효율화하고, 절약을 통해 확보한 물을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 이용·관리의 2/3를 담당하는 농어촌공사관리구역의 농업용수이용료 면제 조치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 농업인의 물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 면제로 전체 농업용수 이용 과정에서 농업인의 물 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고 현장 물 관리에 대한 농업인의 참여가 약해진 점이 중요한 정책 현안으로 제기된다.


2000년 농업기반공사(현 농어촌공사)의 출범과 더불어 과거 농지개량조합의 조합비 폐지 및 농업인의 농업용수이용료 면제조치가 이루어졌는데, 이후 물 사용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다. 양수장의 전기사용량을 기초로 물 사용량을 간접적으로 분석한 일부 조사 자료에 의하면, 물 사용량이 농업인의 비용부담 때에 비해 농업인의 비용부담 면제 이후가 약 1.5배 많아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영농 여건의 변화 등에 따른 농업용수 이용량 증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여하튼 농업인의 물 절약 노력 기제가 사라진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농업용수의 약 10-20%만 절약해도 총량적으로는 우리나라 전체의 추가적인 물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댐 건설에 따른 환경문제 등이 강조되는 상황하에서 농업부문의 용수이용료 면제와 물 사용량 증대 구조는 전체 사회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수리권(물 이용 권리) 재정비의 내용을 담고 있는 물기본법 제정 추진, 하천 중심의 통합적 유역관리체계 도입 추진 등 여건 변화에 따라 농업인의 안정적 농업용수의 이용 권리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하천 중심의 통합적 관리 체계 구축과 수리권 재정비 과정에서 농업인의 비용부담 없이 수리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는 힘들 수 있다.


작년 쌀 목표가격 상향 조정을 요구하는 농업인들의 대규모 시위 등에서 나타났듯이, 쌀 생산농가의 소득 문제 등 농업인의 어려움이 많아 농업인의 농업용수 이용료 부담이 곤란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중요한 자원인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지 못할 경우 일반 국민으로부터의 강한 비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농업에 대한 지원 감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농가소득의 문제와 물이라는 귀중한 자원의 효율적 이용·관리는 구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업용수 및 수리시설의 다원적 기능 확대로 불특정 다수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여 정부의 비용 부담 확대가 필요하지만, 농업인도 매우 적은 수준이라도 농업용수 이용·관리 비용 부담과 참여 확대를 통해 안정적 수리권 확보와 효율적 물 이용·관리 체계 구축에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국내 환경 변화만이 아니라 투자비용 완전회수(Full Cost Recovery)와 용수이용료 부과(Water Pricing)를 기본으로,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관리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OECD 정책 권고 등 전 세계적 환경 변화 속에서 농업용수 이용·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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