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업 인력육성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농업 전후방 연관 산업인력을 육성하자
4787
기고자 마상진

 

KREI 논단 |  2014년 4월 11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업의 신성장 동력 확충과 경쟁력 제고에 있어 우수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육성의 중요성은 농산물 시장 개방이 논의되던 1980년대부터 강조되어 왔으며, 주요 농업 위기 때마다 핵심적 과제의 하나로 등장하였다. 후계 농업경영인 육성사업, 전업농 육성사업, 법인 경영체 육성사업, 신지식 농업인 육성사업, 선도 농업경영체 육성사업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농업인력 육성에 대한 접근은 사업명칭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동안 개별 경영체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2004년 한·칠레 FTA 체결 이후 고조된 위기감에서 등장한, 농업분야의 최장기(10년) 인력육성계획인 정예농업인력육성 종합대책도 경쟁력 있는 정예 농가 20만호 육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농업생산분야의 경영 및 노동인력에 한정하여 신규 농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업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 교육·컨설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별 농업경영체 중심의 인력육성 정책으로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농업경쟁력 제고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개별 경영체의 경쟁력이 높다 한들 전문적으로 기술지원을 해주고,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유통시켜주는 시스템을 갖춘 조직과 농민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농업생산성 차이는 개별 농가의 기술력 수준만이 아니라 농업 전후방 시스템의 경쟁력에서 오는 것이다. 농산업 전후방의 전문화된 (교육·연구·기술)지원을 토대로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된 농산물의 전문화된 가공·유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된 우리의 인력기반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농업생산성을 자랑하는 네덜란드는 우리와 유사하게 전체 산업 대비 10%가 농산업에 종사하는데, 이 중 30%는 생산현장에, 70%가 농기계·농업설비·농자재, 가공, 수송, 연구 및 개발, 지도, 교육 등의 농업 전후방 및 관련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생산현장 종사인력의 두 배가 넘는 인력이 전후방에서 정교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농산업 인력구조를 분석해보면 70%의 생산인력(농가)을 30%가 지원하고 있는 구조이다. 지원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농업생산성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부가가치도 네덜란드만큼 높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제는 농업 전후방 산업인력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농업 전후방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이미 우리는 농업계 학교라는 농산업 인력 육성기반을 가지고 있다. 농업계 학교에는 농학과, 원예학과, 임학과, 축산학과 등 생산 관련 학과와 더불어 농공학과(농기계, 농토목), 농화학과, 농생물학과, 임산공학과, 식품공학과, 농업교육과, 농경제학과 등 전후방 관련 인력을 육성하는 학과가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농현상으로 인해 상당수가 비농업계로 전환하거나 농업 관련성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근본적인 혁신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2013. 8.) 김춘진 의원실에서 주요 거점 농대의 졸업생의 농업 분야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17%에 그치고 있었다. 현재 농업계 학교는 인력구성과 그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의 농업 연관성이 특히 부족한 실정이다. 농업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교사나 교수가 많아지면서, 농업 마인드를 가진 산업인력의 배출을 기대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농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농산업 인력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농업경쟁력을 개별 경영체의 경쟁력 제고에서 벗어나, 지역별 그리고 국가단위에서의 ‘투입→생산→가공·유통’, 교육 및 연구 등을 통한 ‘지원’ 시스템의 경쟁력 제고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핵심은 전후방 분야별 전문인력의 안정적 육성·공급에 두어야 한다. 이는 농업계 학교를 통해 농업 전후방 산업에 종사할 전문인력이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남아있는 농업 교육·연구기반을 지역별로 통폐합하여 역량을 모으고, 농업계 학교의 교육·연구에 있어 지역농업과의 연계성을 확대하여 농업계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농 관련 산업에서 찾도록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