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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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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태훈
KREI논단 |  2014년 7월 10일 
김 태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쌀 관세화 이슈가 뜨겁다. 연일 매스컴에 찬성과 반대의 주장들이 보도되고 정부와 국회의 논의 동향들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러 차례 토론회, 공청회, 설명회 등을 거치고 있지만 양측의 의견이 수렴되기 보다는 동일한 주장만 반복되고 있다. 차제에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기 보다는 우리와 같이 쌀에 대해 관세화 유예를 받았던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했고 그 중 관세화로 전환한 나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우리가 선택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쌀에 대해 관세화 유예를 받았던 나라는 총 4개국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필리핀, 대만이다. 일본은 2000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받았지만 1999년 4월에 조기관세화를 실시하였다. 대만은 2002년 WTO에 가입하면서 관세화 유예를 받았지만 1년간의 관세화유예가 종료된 후 추가연장 없이 2003년 1월부터 관세화로 전환하였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UR협상에 의한 관세화유예가 2004년에 종료되면서 재협상을 통해 2012년 6월까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였다. 그리고 2012년 쌀 관세화 유예연장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다시 추가연장을 신청하였다. 2017년 6월까지 의무면제(waiver)에 의한 한시적 관세화 유예를 받았으며 그해 7월 1일부터 관세화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일본, 대만, 필리핀, 그리고 우리나라가 자국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화유예를 받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관세화 유예 대가로 매년 일정물량의 쌀을 수입해야 하고 관세화로 전환하기 전까지 수입했던 물량은 앞으로도 계속 수입해야하는 의무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일본은 조기관세화를, 대만은 관세화유예 연장없이 관세화로 전환하였다.

 
관세화 전환 후 일본과 대만의 쌀 산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외국산 쌀수입이 급증하였을까? 그렇지 않다. 일본과 대만은 고율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추가적 의무수입량 확대없이 자국의 쌀 산업을 보호하였다. 의무수입물량 이외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도입되는 외국산 쌀의 수입물량은 일본의 경우 연간 약 50톤, 대만은 500톤 정도로 식용소비량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용이나 고급식당용 등 특수한 용도로 극히 소량만 도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쌀 관세화로 인한 쌀 수급이나 가격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오히려 이들 국가에서는 쌀 소비감소 문제가 국내적으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는 현재 쌀 부족국으로서 사정이 좀 다르다. 의무수입량을 포함하여 연간 100만~200만 톤(총소비량의 8~16%)의 쌀을 수입해 오고 있어 의무수입량을 크게 늘려도 쌀 수급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필리핀은 추가연장을 추진하였다. 한시적 의무면제의 대가로 의무수입량을 현재 물량의 2.3배 늘려주었으며 쌀 이외 육류의 관세나 검역 완화 등의 요구가 있었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종합해 보면, 일본이나 대만처럼 적정수준의 관세상당치를 확보할 경우 의무수입량을 초과하여 도입되는 물량이 미미하여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관세화시 국내 쌀산업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관세상당치를 확보하는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이 관세화 전환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일시적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제공과 더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일본, 대만, 필리핀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넓지 않아 보인다. 향후 협상에서 고율의 관세 상당치 확보, 의무수입쌀 관리와 활용 등 실질적 이득을 얻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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