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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입개방 이젠 `대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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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동규

 

매일경제 기고 | 2014년 7월 21일
박 동 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쌀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왔다. `쌀 관세화 유예`라는 어려운 말로 표현돼 왔지만 실상은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느냐, 마느냐라는 명료한 문제였다.

정부는 내년부터 쌀에 관세를 부과해서 수입을 개방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정부가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일부 농업인단체는 관세화 유예를 지속하면서(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서) 의무수입량을 늘리지 않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은 만큼 관세화로 방향을 바꾸는(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필리핀이 5년 동안 관세화 유예 연장을 한 대가로 쌀 의무수입량을 2.3배 늘리고 기타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 감축을 양보한 냉엄한 현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관세화로 전환해도 2014년 수준의 의무수입량 40만9000t을 계속 수입해야 한다. 의무 수입쌀을 처분하기 위해서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수입쌀 원가는 ㎏당 1100원 정도인데 밀가루 가격 수준인 ㎏당 300원에 판매했다. 이는 국내산 가공용 쌀 소비를 위축시키며, 심각한 재정 낭비다.

정부는 관세화유예 대가인 이 비용을 계속 떠안아야 하지만 그 대신 이 비용이 이 수준에서 동결돼 계속해서 늘어나지 않게 된 것이 관세화 전환의 긍정적인 효과다.

의무수입량을 초과한 별도의 쌀 수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는 관세화 전환 시 300~5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관련 부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하여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쌀 가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쌀 가격이 국내산 쌀 가격보다 2배를 넘는 수준까지 높아져 수입이 거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과 대만도 관세화로 전환했지만 고율 관세가 수입장벽 역할을 해줘서 의무수입을 초과한 쌀 수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역시 관세화로 전환해도 쌀산업과 쌀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쌀 관세화는 식량정책의 일대 전환이다. 모든 변화에는 항상 불안이 수반되게 마련이고 농업인들이 불안감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감축될 수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타 통상정책으로 쌀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농민들이 염려하는 측면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 추진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인 모든 FTA(참여 결정 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즉 TPP 포함)에서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재확인하였다.

설령 대외여건이 악화되어 쌀 수입량이 급증하거나 국제 쌀 가격이 급락할 경우 관세의 3분의 1을 추가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특별긴급관세(SSG) 발동이 가능하므로 농업인이 염려하는 위험성은 줄어든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산업의 현장인 농촌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돼 정책을 불신하는 경우가 있다. 관세화로 전환하면 매년 몇 %씩 관세가 감축된다거나 머지않아 대형마트에 외국산 쌀이 진열될 수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루머가 돌아다닌다.

이제부터 정부는 농업인과 대화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활용해서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WTO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도출하는 것이 농업인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첩경이라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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