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농작업 환경 개선…농업의 매력 살리자
3444
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4년 7월 25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 단계 한국 농업·농촌사회는 생산의 정체, 후계 인력 확보의 곤란, 도·농간의 소득 격차, 지속성 위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사라지고,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산업이라는 이른바 ‘3D업종’의 대표로 이해되고 있다

존립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

이런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위기를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탓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쌀 관세화, 한·중FTA의 추진 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및 농업은 이제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현 단계 농업의 위기가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로 초래되었다고 인식한다면 문제해결은 어려울 수 있다. ‘농업 발전을 기반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한 사례는 드물지만, 농업·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선진국으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한국경제를 생각한다면 농업·농촌 내부의 취약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새로운 농업·농촌의 안정적 발전 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 농업부문의 국제적 비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농업부문과 비농업부문간의 비교 또는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농업이 산업으로서 존립의 위기에 처해진 점을 국내에서 타 산업에 비교해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농업이 타 산업에 비해 산업으로서 매력이 약화되면, 우수 인력이 이탈하고, 농업에 대한 참여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우수인력 이탈로 농업 참여 뚝

이와 관련 농작업의 어려움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고소득 젊은 농업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러한 고소득 젊은 농업인과의 결혼을 꺼리고 있다. 이들은 농촌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니고 있다. 특히 농업·농촌의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도시에서는 7∼8월의 강한 햇볕 아래 취미 및 휴식 활동도 꺼리는 데, 아무리 많은 소득을 보장하더라도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 힘든 농사일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농업인의 힘든 노동을 체험하고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대학생들이 6∼7월 농촌봉사활동을 한다. 강한 햇볕 아래 벼농사 김매기, 고추밭 잡초 제거 등 기본적인 농작업에 참여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농업·농촌 삶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가서 살고 싶은 곳으로는 생각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도 경험하게 된다.

‘농사일=힘들다’ 인식 개선해야

정부는 노동력 감소 및 부족 등에 대응하여 농업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계화 등에 노력하여 왔으며, 실제 많은 농작업이 기계화되고 편리해졌다. 그러나 정작 타 산업과 비교한 작업 환경의 개선이라는 차원에서 정책적 대응은 소홀히 한 느낌이다. 게다가 우리의 농업계 내에서조차 ‘농사일은 원래 힘든 것이다. 농작물은 뜨거운 태양 아래 농업인의 힘든 땀방울로 자란다’는 식의 인식을 강조해왔다. 분명 7∼8월의 강한 햇볕 등 자연의 혜택으로 논의 벼, 밭의 고추, 과수원의 사과 등이 결실을 맺어간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인식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연중 실내 온도가 18∼23℃로 작업 환경이 일반 공장보다 좋은 첨단 시설 원예단지에서는 주변 우수 인력의 강한 농작업 참여 경쟁 현상이 나타난다.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수확작업을 하는 노지 딸기 생산은 힘든 노동으로 줄어들고 허리 높이로 작업 공간을 개선시킨 배지생산 딸기가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높은 소득 보장도 중요하지만, 작업 환경이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편하게 농사짓는 편농(便農), 돈을 많이 버는 후농(厚農), 지위를 인정받아 대접받는 상농(上農)을 강조하면서 편농을 중요시했다. 분명 농업인의 힘든 땀방울 속에서 농작물이 자라고 이런 농업인의 힘든 땀방울의 결실인 농산물이 우리의 먹거리가 되는 점에서 농업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타 산업부문의 작업 환경이 개선되고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4만 달러 수준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힘든 농사일을 전제로 한 농업을 강조해서는 곤란하다. 우수한 인력이 농업 부문에 유입되고, 이들을 통해 희망적인 농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후농(厚農)과 더불어 편농(便農)이 이루어져야 한다. 상농(上農)은 앞의 두 가지가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힐링 농업’이란 말이 생긴다. 농사일이 즐거움과 마음의 치유까지 가능한 매력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경향마저 생긴다. 모든 농작업을 기계화하기도 곤란하고 시설 농업으로 전환하기도 힘들지만, 누구나 매력을 느끼는 농업을 생각할 수 있도록 농작업 개선에 노력하자. 그래야 농업이 계속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 등이 결합되어 영농의 편리성 제공, 체계적 환경제어, 첨단소재산업으로서 농산업 육성 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