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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서비스기준 운영의 성과와 향후 과제: 지난 4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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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광선
KREI논단 |  2014년 12월 30일 
김 광 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어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농어촌서비스기준’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농어촌서비스기준 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된 지 벌써 만 4년이 되었으니 그간 언론이나 우리 연구원의 홈페이지, 관련 연구결과물, 정부 문건 등을 통해서 농어촌서비스기준이 무엇이고, 농어촌서비스기준 목표달성 정도의 점검·평가 결과 어느 시·군이 모범적인 사례이고, 또 어느 시·군에 뭐가 부족하다 등에 대한 글이 여러 차례 공개되어왔기 때문이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은 삶의 질 향상 정책(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2010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이후 2011년부터 시행되어온 선진제도의 하나이다. 특히 영국의 농어촌서비스기준(Rural Services Standard)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농어촌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초 공공서비스의 공급 기준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농어촌서비스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고, 그 정책적 효과는 어떠한가,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일까?

농어촌서비스기준은 「삶의 질 향상 특별법」에 의해 ‘농어업인 등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요구되는 공공서비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 항목과 항목별 목표치’로 정의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하고 있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은 2013년에 일부 개정되어 현재 주거, 교통, 교육, 보건의료, 복지, 응급, 안전, 문화, 정보통신 등의 9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총 32개 기준항목이 운영되고 있다. 32개 기준항목은 앞서 언급한 대로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공되어야 할 최소한의 공공서비스 항목과 공급 달성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교통’ 부문의 ‘대중교통’ 기준항목은 “도보 15분 거리 내 버스 정류장에서 노선버스, 순환버스 등 대중교통을 하루 3회 이상 이용할 수 있다. 수요 부족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어려운 지역은 수요 대응형 준 공공 교통프로그램을 도입한다.”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삶의 질 향상 특별법」은 정부가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반드시 농어촌서비스기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자체가 삶의 질 향상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에도 농어촌서비스기준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농어촌서비스기준은 삶의 질 향상 정책이라는 보다 상위의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운영되어야 할 제도라 할 수 있으며 관련 기본계획의 추진 기간이 5년이기에 현행 농어촌서비스기준의 목표달성 연도도 제2차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이 종료되는 2014년이라 할 수 있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의 전반적인 도입·운영 목적 역시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농어촌서비스기준을 도입하여 운영한 효과는 있었는가? 우리 연구원에서 2011년부터 매년 농어촌서비스기준 각 항목별 목표달성 정도의 변화를 점검해온 결과 대부분의 기준항목의 목표달성 정도가 향상되어 왔다. 2013년에 농어촌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농어촌서비스기준 도입 직전인 2010년도와 비교해 각 기준항목과 관련된 공공서비스의 향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응답비중(32.1%)이 관련 공공서비스가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응답비중(9.8%)보다는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이 모든 설명의 유일한 근거가 될 수는 없겠지만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정책목표 실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 왔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 기준항목 목표달성 정도의 점검 결과, 목표 자체를 달성한 항목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상기 주민조사 결과, 농어촌서비스기준 관련 공공서비스의 향상 정도가 예전(2010)이나 지금(2013)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응답한 비중이 58.1%에 달한다는 점을 보면 농어촌서비스기준 도입 및 운영의 정책효과가 아직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어촌서비스기준 운영의 정책적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 크지 않은 이유, 그리고 목표를 달성한 기준항목이 소수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우리 연구원이 지난 몇 년간 농어촌서비스기준 제도개선 방안마련을 위해 실시한 다양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살펴보면, 첫째, 농어촌 각 지역의 다양성 고려가 부족한 채 너무 많은 기준항목을 동일하게 적용하고자 시도했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둘째, 여러 기준항목의 달성목표가 너무 높게 설정되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셋째, 농어촌서비스기준 운영의 기반이 되는 삶의 질 향상 정책 및 관련 정책과의 연계가 미흡했던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농어촌서비스기준이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제3차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2015-19)을 새로 수립하면서 농어촌서비스기준 개편안을 준비해 왔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첫째, 정부가 관리하고 모든 농어촌 지역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핵심항목’과,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게 선택하고 자율적으로 제정·운영할 수 있는 ‘선택항목’으로 농어촌서비스기준을 이원화 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 공통으로 적용하는 핵심항목의 수는 대폭 감소시켰다. 둘째, 핵심항목 기준의 내용을 우리 농어촌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장기적인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이와 함께 제3차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 추진 5년 간 달성해야 할 중기 목표를 함께 제시하였다. 셋째, 관계 부처 및 지자체의 농어촌서비스기준 목표달성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삶의 질 향상 정책 및 관련 정책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예를 들어 현행 농어촌서비스기준 9개 부문을 제3차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의 정책 부문과 매칭시켜 7개 부문으로 개편하였다. 또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는 농어촌서비스기준의 목표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각 기준항목과 관련된 예산사업을 발굴하여 농어촌서비스기준 운영에 적극 연계하도록 하였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의 정책적 실효성과 목표달성 촉진을 위해 이처럼 새로운 개편안을 준비했지만, 제도적 개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각 관계부처가 농어촌서비스기준 특히 국가 관리의 핵심항목 목표달성을 위해 관련 정책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야 할 것이다. 또 필요에 따라 정책영역이 교차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력사업도 마련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자체 차원에서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어촌서비스기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간 농어촌서비스기준은 개별 농어촌 지역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없다 보니 지자체의 관심 자체가 부족하였다. 이제 개편안에서는 지자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자율 관리 항목인 선택항목을 다양하게 제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지역 주민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중·장기적인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하여 농어촌서비스기준을 주민 삶의 질 향상 및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분야별·지역별 전문가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농어촌서비스기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방안 역시 효과적으로 발굴·제안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농어촌서비스기준이 도입되어 운영된 지 벌써 4년, 필자 역시 그 4년 동안 매년 농어촌서비스기준의 목표달성 정도를 점검·평가하여 왔다. 농어촌서비스기준 도입을 준비했던 2년을 보태면 필자가 연구자로서 농어촌서비스기준에 매달려온 시간은 6년에 이른다. 그만큼 필자에게 농어촌서비스기준은 깊은 애착이 가는 제도이다. 사람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듯 필자도 농어촌서비스기준이 운영되어온 지난날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 살펴보았다. 또 새해부터 개편되는 농어촌서비스기준이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농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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