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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전염병 발생과 축산업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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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우병준

 

KREI논단 |  2015년 1월 13일 
우 병 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전국적으로 구제역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데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서 백신 접종의 효능과 정부 방역활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정말로 효능이 약한 백신 때문에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먼저 백신 접종 방역정책에 대해서 검토해보자. 지난 2010~2011년에 발생한 구제역 이후 우리 연구원에서 발간한 '2010~2011 구제역 백서'의 전문가 의견은 "구제역 백신 접종은 감염을 완전히 막아주는 것이 아니며, 감염되더라도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임상증상을 완화시켜주고 바이러스 배출량을 현저히 감소시킴으로써 전파와 확산을 막아준다는 사실에 유의, 백신접종 후에도 차단방역과 기타 방역상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라고 정리되어있다. 즉, 구제역 백신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며 차단방역과 철저한 방역활동이 함께 수반되어야만 그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는 것이다.

소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97%에 달하는 반면 돼지는 50%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는 구제역 백신의 효능이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농가가 백신 접종 시기 및 방법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구제역 항체 형성률에 대한 과태로 부과기준이 소 80% 미만, 번식돈 60% 미만, 비육돈 30% 미만인데 이는 백신 접종을 제대로 실시하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한 결과 3년간 구제역 발생이 없었고 "백신접종청정국" 지위까지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백신 효능을 주된 재발 원인으로 지적하기는 어렵다. 백신 접종 실시 초기에 비해 방역 의식이 느슨해지면서 농장 단위 차단방역에 허점이 생기고 항체 형성율도 더 낮아지는 사례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문제의 해결이 더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새로운 한국형 백신 개발과 활용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이는 실제 현장 이용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 현재 구제역 백신센터가 건설 중에 있기 때문에 조만간 현재 이용되는 백신 효능에 대한 농가의 불신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잘못이 농가에게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 백신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을 보일 때 정부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백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해시켜 농가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없어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또한 백신접종 의무가 농가에 있지만 농장 운영 여건상 완벽한 백신접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를 고려한 대안도 필요했다. 백신접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과 같은 농가의 백신접종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가축전염병에의 대응은 정말로 어려운 싸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없고 의사소통도 안 되는 가축을 보호하는 것은 과학적 투자에서부터 이해당사자들의 육체적 수고까지 폭 넓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축산업은 농업 분야 중에서 가장 기업화·기계화되고 그 변화속도도 매우 빠르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많고, 가축전염병의 발생도 더 복잡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서 방역 시스템 단계별 개선점 발굴과 보완책 수립은 쉼 없이 항상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질병 관련 각종 정보와 대책은 즉각적으로 축산업 현장으로 전파되어야하며 빈틈없이 정확하게 집행되어야한다. 

우리나라는 축산 농가들이 특정 지역에 조밀하게 집중되어 질병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해당 농가에서 그치지 않고 인접 농가에게까지 확대된다. 결국 악성 가축전염병의 발생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축산농가와 관련업계이며, 가축질병 방역의 1차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도 축산농가와 관련업계 종사자다. 따라서 축산농가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철저한 가축질병 방역의식과 실천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구제역 발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구제역 백신 접종여부와는 별개로 일선 농가에서의 철저한 차단방역과 방역활동은 축산인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할 의무사항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일반 국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일부 가축전염병은 인수공통전염병, 즉, 가축과 인간의 교차감염이 가능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더 과학적이고, 신속하며, 적절한 적용과 실천이 가능한 가축전염병 대응체계로의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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